상처의 흔적이 사랑을 말해주는 것 같아 너무 대견해
아이야, 기억나?
삐쩍 마른 몸에 솜털 같은 노란색 머리카락이 위로 솟아 있던 사진.
귀여운 사진인데 그때의 형편을 말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시리네.
아이야, 기억나?
옥상에 앉아 항아리 뚜껑이 우주선이라고 상상하며 혼자 놀았던 거.
비 온 다음 날이면 항아리 뚜껑에 물이 고이고 그곳은 또 다른 공간이 되었지?
그땐 혼자 노는 데도 외롭지 않고 행복했는데.
아이야, 기억나?
높고 어두운 곳에서 뭔가 가져와야 했는데 중간에 포기했던 순간들.
그땐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는데.
어느새 그 높던 사다리가 반쯤 작게 느껴지고 그 어두움이 안락함이 되었네.
아이야, 기억나?
뭔가 고르라고 할 때마다 선택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던 거.
아무도 모르게 갈팡질팡했던 네 모습이 귀여워.
정말 가지고 싶은 건 비싸서 선택하지 못했던 건데.
아이야, 기억나?
상처받고, 그냥 그런 거라고 덮어버린 순간들.
애써 외면했던 순간들이 유리 파편처럼 상처를 냈구나.
곳곳에 있는 상처의 흔적이 사랑을 말해주는 것 같아 너무 대견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쓴, 나의 첫 번째 시.
영양실조 걸린 아이처럼 삐쩍 마르고, 솜털 같은 노란 머리가 위로 솟아 있던 사진이 있다. 잘 나온 사진도 아닌데, 남아 있는 사진 중 가장 어릴 적 사진이라 그런지 사진 속 그 아이가 내 마음에 남아있다.
실제 언니가 태어날 때는 괜찮았는데, 내가 태어날 때는 형편이 안 좋아져서 엄마가 물국수로 배를 채웠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이 나이가 되도록 나의 영구치 하나는 아직 잇몸에 파묻혀 있다. 밀고 내려올 기운이 없었나 보다. 아직도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나의 치아처럼 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늦되다. 그래서 나는 나를 '천천히 빚어지는 작품'이라고 불렀다. 기다림에 지친 나는 나를 '뚱뚱한 공룡'이라고 부른다. 시대에 뒤처져서. 그리고 이제야 알았다. 나는 '뚱뚱한 공룡이 삶 전체로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것을.
큰 그림을 그리지는 못했지만, 난 나의 작은 머리와 작은 가슴으로, 최선을 다해 자리를 지켰다. 남 탓, 환경 탓하지 않고. 웬만한 일은 괜찮다고 생각하며. 난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쉬면서 돌아보니 내 안에는 많은 상처의 흔적이 남아있다.
난 아이에게,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