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쭉한 들풀들이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모여있어서 다행이다.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지 않았다면, 들풀의 고개는 땅에 닿았을 거다.
상상만으로도 우습다. 땅은 갑자기 들이민 들풀의 얼굴에 기겁을 하고, 계면쩍은 들풀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을 거다.
"별일 없으시죠~"
사실 이것이야말로 별일이다.
서로 부대끼며 흔들리는 들풀을 보며 삶을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일까?
신의 사랑을 전하고 싶었던 마음과 인간적인 연약함 사이에서 아팠던 여름이 갔다.
여름 이불과 옷들을 정리하면서, 애써 외면했던 여름의 마음을 봤다. 이제 그 마음도 정리하려 한다.
난 여름의 무거운 감정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대신, 글과 그림에 담아두었다. 며칠 전 우연히 낙서한 종이를 다시 보았다. 한쪽에는 내 마음이 길게 적혀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늪을 벗어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이 적혀 있었다.
'1. 늪 이해하기'로 시작된 이 글의 내용은 실제 늪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 적어둔 것이었다. 그중에서 나의 눈길을 끈 건 늪의 '순기능'에 관한 부분이었다.
난 늪에 빠져 있었고, 신의 손을 잡고 나왔다.
늪에 빠졌을 때는 최대한 움직임을 줄이고 힘을 빼야 한다. 그랬더라면 좋았을 텐데 난 그러지 못했다. 결국, 내가 그렇게 많이 아팠던 이유는 나 자신에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늪의 순기능에 눈길이 간 이유는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내 안의 갈망 때문일 거다.
그 낙서의 마음 담아 노래를 만들었다. 알 수 없는 삶의 길. 보이는 것은 가짜가 많다. 눈을 감고 걷는다. 두려워도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신의 손을 잡고, 그 사랑 안에서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