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흐르고 머문다
어버이 주일을 맞아
청년들이 정성껏 준비한 꽃을 건넸다.
매년 받는 꽃이지만,
올해는 유독 사랑으로 다가왔다.
함께 나눈 기쁨이 더해져서였을 것이다.
그 사랑을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그렸던 '뻗어 나가는 꿈' 그림과, '자유로이 춤추는 꽃' 그림을 꺼냈다.
그 그림들 위에 청년들에게 받은 꽃을 얹었다.
빨간 카네이션은
받은 고마움처럼 뜨겁고 선명했고,
흰 카네이션은
그 마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번져가는 듯했다.
두 송이의 꽃은
사랑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청년들은 오후예배 시간에 또 한 번의 감동을 선물했다.
귀여운 루피가 그려진 비타 500 한 병.
하지만 그건 단순한 비타 500이 아니었다.
그 위에는 그들의 얼굴 사진, 짧은 인사말,
그리고 조심스레 써 내려간 기도문이 붙어 있었다.
그 안에는 자신들을 길러준 사랑을 기억하며,
그 사랑을 닮고 싶다는 청년들의 고백이 담겨 있었다.
청년들이 전한 “그 사랑 닮아”라는 말은 나에게 이렇게 들려왔다.
충분히 잘 살아오셨어요.
우리가 이제 그 사랑을 이어가 볼게요.
부모는 자식 앞에서 늘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부모의 사랑이 아이들에게 전해지기엔 너무 장벽이 많다.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했고,
더 많이 함께 해야 했고,
아이를 아이 눈높이로 바라봐줘야 했다.
그래서 그 말은 부모에게 가장 따뜻한 위로가 된다.
자녀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사랑이 조금은 전달됐다는 걸 발견하게 되니까.
이렇게 부족한 사랑이나마 자녀에게 흘러간다.
그리고 자녀 같은 아이들에게.
청년들의 선물에 답하는 마음으로 노란 배경에 루피 병을 그리고, 그 안에 이렇게 썼다.
"넌 빛, 우리에게 안겨진 사랑"
이 그림으로 청년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넌 존재만으로 빛나.
지금 너희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전하는지 몰라.
너희들은 우리 품에 안긴 아이들이야. 우리가 사랑할게.
청년들을 위해 기도로 벽이 되어주고 싶다.
요새(要塞)의 한쪽 벽.
기도하는 어른들이 모여 청년들에게 요새가 되어주면 좋겠다.
청년들의 기도문:
"사랑의 하나님,
저를 낳아주시고 말보다 더 깊은 사랑으로 길러주신 부모님.
그 따뜻한 손길과 기도,
한 번도 당연한 적 없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무심히 지나쳤던 날들 속에도,
부모님의 사랑은 변함없이 저를 감싸 안았고,
그 삶의 무게는 오직 저를 위한 희생이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로는 부족하지만,
이 마음을 주님께 올려드립니다.
이제는 제가 그 사랑을 닮아
기억하고, 나누고, 보답하는 삶을 살게 하소서.
부모님의 걸음에 주님의 평안을 더해주시고,
그 사랑이 오래도록 빛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