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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ul 03. 2022

용감한 전사 3

상상으로 풀어가는 삶 이야기

장례식장에 서 있는 현우가 물끄러미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른다. 우시다 가도 현우를 보면 애써 웃으면서 눈물을 닦으시던 엄마다. 오늘은 다르다. 현우를 바라보며 더 서럽게 우시는 엄마를 보면서 현우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진다.


설렘으로 기다리던 아빠를 현우는 장례식장 사진으로 보고 있다. 현우는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믿을 수 없고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꿈이겠지? 상상을 너무 많이 해서 현실하고 헛갈리나? 제발 꿈이길, 제발 상상이길...'

마음으로 간절함에 간절함을 더해보지만 현우 눈에 보이는 건 금방이라도 쓰러지실 것 같은 엄마의 우시는 모습이다.

 

왠지 아이처럼 울면 안 될 거 같아서 참고 참았던 현우지만, 엄마를 보고 떨어진 눈물을 자책하지는 않는다. 엄마의 모습에 무너지는 마음이 견디지 못하고 튀어 난 온 걸 아니까.




현우는 이제 옥상에 올라갈 수 없다. 혼자만의 상상이었지만 아빠와의 추억으로 채워놓은 그곳이 현우에게는 그리움인 동시에 두려움이다. 죽은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현우는 배운 적도 상상한 적도 없다.


며칠을 누워계시던 엄마가 이제 괜찮다며 웃으신다. 엄마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엄마의 표정은 우는 것보다 더 슬프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거 같은 엄마의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큰 슬픔을 안고 있는 엄마를 마주한 적이 없는 현우는 지금 엄마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냥 예전처럼 웃어도 될까? 슬퍼해야 할까? 아빠 얘기를 해도 될까? 하면 안 되는 걸까? 어떻게 하는 게 엄마에게 더 좋은 걸까?'

멍하니 엄마 옆 허공을 바라보는 현우에게 엄마가 말씀하신다.

"현우야, 이제 아빠는 우리 옆에 안 계셔. 알지? 우리는 아빠를 볼 수는 없지만 아빠는 하늘에서 우리를 보고 계실 거야. 그러니까 아빠는..."

잠시 머뭇하시다가 엄마가 다시 말씀하신다.

 "이제 아빠 물건은 정리해서 버리자. 아빠 물건 버려도 괜찮겠지?"

아빠가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 순간부터 현우는 머리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무엇이 더 좋은 건지 생각할 수가 없다.

'뭔가는 남겨놔야 하지 않을까? 아니야. 그냥 엄마 말대로 하자.'

"응..."




아빠가 없는 집은 뭔가 이상하다. 아빠가 없는 엄마도 이상하다.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현우는 깜짝 놀라서 일어선다. 그러면 안 된다. 이제 엄마를 현우가 지켜줘야 한다. 현우는 뭔가를 해야 하는 사람처럼 일어나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뭘 하면 좋을까? 청소라도 할까? 아니야. 엄마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좋겠다. 이제 엄마가 울어도 울지 않고 엄마 눈을 보고 괜찮다고 말해줘야지.'

현우가 울면 엄마는 현우를 인자한 눈빛으로 바라보셨다. 그리고 안고 토닥이면서 딱 한마디를 하셨다. 괜찮아.

현우는 엄마의 '괜찮아'를 들으면서 많은 상상을 했었다.

현우 생각에 엄마는 '괜찮아'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시는 것 같다. 가끔은 누가 괜찮은 걸까? 생각될 때도 있.


엄마 소리가 난다. 현우는 밝은 목소리로 엄마를 맞으며 엄마 눈을 본다. 현우의 밝은 모습에 엄마도 웃으신다.

"엄마 이제 내가 엄마 오른팔 할게~" 갑자기 오른팔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오른팔이라...

"그럼 나도 현우 오른팔~" 예전의 엄마다.


현우는 잠자리에 누워 오랜만에 상상으로 설렌다.

내일은 옥상에 올라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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