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좋아하니깐 한다고?
아침에는 시간이 타이트한 만큼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그 전날 밤에 아이들 옷, 내 옷, 다음날 아침에 가지고 나가야 할 것들을 모두 다 챙겨 놓는다. 아침 정신없을 때 챙기려고 하면 빼먹기 일쑤이다. 아침에 투두 리스트에 적어놓은 대로 하나하나씩 시간에 맞춰 진행하지 않으면 혼란에 빠진다.
난 6시 40분에 일어나서 아이들 아침 준비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항상 육수를 2리터짜리 페트병 2-3병에 일주일분 정도를 끓여놓는데 아침에 준비해 놓은 육수에 계란 넣고 간장으로 간해서 밥하고 준다. 주중 학교 가는 날은 항상 애들이 계란국에 밥 말아먹고 가는데 남편, 아이들 모두 아침 이 계란국에 불평한 적이 없이 후루룩 잘 먹고 아침을 시작한다. 아이들 밥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아이들을 정확히 6시 50분에 깨운다. 아이들이 7시 12분까지 밥을 먹는 동안 나도 그 사이에 옷을 입고 나갈 준비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세수하고 옷 입고 25분까지 준비하고 신발을 신어야 학교에 7시 40분까지 도착한다. 아이들이 아침에 아무 불평 없이 학교에 도착하면 나도 즐겁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아침에 조금이라도 티격태격한 사건이 일어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
일요일 아이들 친구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 오래간만에 타는 스케이트라서 아이들이 힘들어했지만 너무 재미있어했다. 3시간 정도 탔지만 더 타고 싶어 했다. 나는 친구 엄마와 아이스링크 구석에서 아이들을 보면서 같이 서 있었는데 한 2시간 정도 지나고 나니깐 몸이 점점 추워졌다. 아이들이 와서 이것저것 요청하기 시작했다. 쌍둥이 중 작은 아이는 핸드폰을 아이스링크에서 잃어버려서 그것을 찾아야 했고 또 레슨을 안 받는다고 했다가 친구들이 하는 것 보고 다시 한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공영 주차장에 분명 주차했는데도 주차 잘못했다고 차 빼라고 해서 추운데 왔다 갔다 하면서 주차한 아저씨와 실랑이도 벌였다. 나는 아이들이 나에게 부탁하는 것에 대해서 점점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짜증이 급 섞인 말투로 아이들에게 대꾸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아이스 정비를 해야 한다 해서 더 탄다는 아이들을 만류하고 집에 올 수 있었다. 집에 도착했어도 몸은 여전히 추웠고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이들 저녁을 해줘야 하는데 아침 먹고 간 그대로 상위에 널브러져 있는 상태에서 아이들 저녁을 해야 하니 모든 말투에 짜증이 섞였다.
이거 엄마가 아침에 밥 먹고 그릇 제자리에 놓으라고 했지, 너네들 왜 나갔다 와서 옷을 여기다가 놔뒀어, 내일 학교 갈 것 준비해놨어... 등등 나의 모든 말투는 짜증이 섞여서 아이들이 내 눈치를 보면서 상을 치우고 옷을 치우며 밥을 먹고 잘 준비를 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드디어 내 얼어있는 몸을 좀 녹일 수 있게 되었고 소파에 앉아 주말에 항상 몰아보는 미드 하나를 보았다. 결국 내 시간을 갖게 되니 짜증이 가라앉고 오늘 벌어진 이 모든 일들이 다시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병 주고 약 주는 일.
나는 체력이 좋은 편이다. 건강하고 또 운동도 꾸준히 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잘 피곤하지 않는다. 그런데 별수 없다.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일을 할 때면 예를 들어 놀이공원에 간다든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에 가면 보통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노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체력이 좋다한들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좋아해야 하는데 급 힘들어진다. 아이들 친구들과 함께 가면 엄마들도 함께 동행하는 경우도 많은데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어울리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지나는 시간들이 불편해지고 건강한 나의 체력도 급속도로 한계점에 다다른다. 거기에 아이가 거스르는 행동을 하고 그것이 컨트롤이 안되면 나의 참을성은 한계에 도달한다.
아이스링크장은 아이들이 너무도 좋아하는 곳이다. 하지만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는데 내 체력이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집에 애들을 데리고 와서 다음날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재우면서 하루가 끝났다. 모두 내가 자처한 일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해주면서 아이들에게 신경질과 짜증을 낸다면 이것은 안 해주니만 못하는 결과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럴 바에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아이들이 좋아하니깐 한다고 하면서 결국에는 아이들이나 나나 배드 앤딩으로 끝난다.
아니나 다를까 쌍둥이 모두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했다. 첫째 아이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나를 투정이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엄마, 나 지금 너무 피곤해'란 눈빛이었다. 내가 첫째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이러면 안되지. 어제 재미있는 시간 보냈는데 아침에 네가 피곤한 것을 엄마한테 불평하면 안되지.' 했더니 첫째는 곧 알아들었다. '엄마 미안해' 하고 다시 옷을 마저 입으면서 학교 갈 준비를 마쳤다. 둘째는 밥 먹을 때부터 배가 아프다고 투정 부리기 시작했다. 금요일부터 배가 아팠었다고 했다. 물론 놀 때는 안 아프던 배가 몸이 피곤해지니깐 아침에 아파지기 시작하는 전형적인 둘째 아이의 증상이다. 첫째와 달리 둘째는 체력이 약하다. 그러기 때문에 몸이 피곤해지면 징징거림이 시작된다. 첫째와 내가 다 준비하고 현관에 서 있을 때 배가 계속 아프다고 투정 부렸다. 나는 참다 참다 금요일부터 아팠던 배가 어제는 안 아프고 왜 지금 아픈지. 우리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준비하고 나오라고 재촉했다. 나의 재촉함이 시발점이 되어서 둘째의 투정이 드디어 폭발했다.
'엄마도 어제 피곤해서 우리한테 징징거렸으면서 왜 나한테만 그래!!!! '
평화로운 아침, 우린 5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바쁜 아침에 둘째 아이는 엄마에게 전쟁을 선포하였다. 어제 내가 아이들에게 짜증을 낸걸 본인도 참고 있다가 둘째도 아침에 드디어 터트린 것이다.
둘째 아이도 피곤하니깐 아침에 모든 짜증과 불만이 몰려왔고 나는 나대로 화가 나서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똑같이 훈계한답시고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어제 엄마가 피곤한 건 너희들 때문이었고 어쩌고저쩌고....
결국 차 안에서 우리 둘은 끝내 화해하지 못하고 나는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줘야 했다. 쒱하고 가버린 둘째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가 못하다.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은 병과 약을 동시에 준 나의 잘못이다.
병을 줄 것 같으면 아예 약을 주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결국은 내가 중간에 컨트롤을 못하게 되면서 아이들에게 화살이 되어서 되돌아간다. 이 모든 것은 하지 않으니만 못하는 결과가 되어버린다. 결국 아예 집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는 게 좋았을 뻔 한 결론이 된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내가 아이들과 시간을 더 보내는데도 아이들이 아빠랑 나를 똑같이 좋아하는 것 보면 난 아이들에게 질적으로 좋은 시간을 보내는데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솔직히 아빠는 일요일 아빠 좋아하는 운동 하러 갔는데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 보내게 해 준답시고 이런 결과를 내었으니 또 양적으로만 아이들에게 투자하고 질적으로 관리를 못한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했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한 것 같다. 간다고 마음먹었으면 내 몸과 아이들 몸이 피곤해지기 전에 빨리 집에 돌아와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서로가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오늘 내가 이 것을 꼭 글로 완성해서 발행한다는 의미는 나와의 약속을 다시 하기 위한 다짐이기도 하다. 절대로 아이들과 내가 피곤해서 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 것. 이 모든 병 주고 약 줌이 사전에 예방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스스로 다짐하면서 오늘 글을 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