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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Sep 29. 2019

소설 2045년
15. 일본열도를 덮친 대지진의 재앙

                                                                                                                                                      

 15. 일본 열도를 덮친 대지진의 재앙 



한국이 일본을 지배하기 시작한 지도 어언 10년이 흐른 2042년 7월 5일 


오후 2시 46분. 시즈오카시 미야마에 중학교 2학년 3반 교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휘청인다. 좌우로 정신없이 흔들리더니 갑자기 위아래로 요동친다. 책상이 춤을 추고 앉아있던 학생들의 엉덩이가 요란하게 들썩인다. 교실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과 선풍기 날개가 추락하고 벽에 걸려 있던 거울과 액자란 액자는 모두 떨어지며 산산조각 난다.  교실 벽 여기저기가 쩍쩍 갈라지고 흙먼지가 교실을 뒤덮는다.  교탁과 책상 위에 있던 책이며 컴퓨터 모니터며 모조리 떨어진다. 수업 중이던 교사와 학생들은 겁에 질린 표정이다. 건물이 좌우, 위아래로 진동하며 콘크리트 속 철골이 휘어지고 부딪히는지 기분 나쁜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끼~익. 끼끼익"


1분 가까이 흘렀을까. 진동은 멈췄지만 비명은 멈추지 않는다. 창밖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란 한 학생이 외친다. 


"쓰나미다" 


2백 미터 떨어진 바다에서 거대한 쓰나미가 집어삼킬 듯 육지를 향해 밀려든다. 쓰나미의 속도로 볼 때 1~2분이면 학교를 덮칠 기세였다. 공포감에 사로잡힌 교사가 외친다.


"다들 대피해! 옥상으로!"


학생들과 교사들이 옥상을 향해 필사적으로 뛴다. 아비규환이다. 넘어지고 밟히고 정신없이 뛴다. 4층 위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옥상으로 가는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열쇠를 가진 경비원이 2층에서 3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뛰어오른다. 하지만 거대한 쓰나미는 이미 운동장을 휩쓸고 있다. 해안 주차장에 서있던 승용차와 트럭, 오토바이가 쓰나미에 떠밀려 학교 건물을 때린다. 학교 인근 주택들도 맹렬한 쓰나미에 부서지고 떠밀려 학교 2층 교실 창문을 망가뜨리며 밀려온다. 수위는 점점 올라간다. 열쇠를 들고 필사적으로 계단을 오르던 경비원은 쓰나미에 떠밀린 구조물에 부딪혀 물속으로 흙탕물 속으로 사라진다. 물은 점점 차오르고 옥상 문에 가로막힌 아이들과 교사들 2백여 명은 무서운 쓰나미에 희생되고 만다.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9.2, 일본 사상 최대 강진이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능가하는 규모였다. 그때처럼 이번에도 쓰나미 피해가 더 컸다. 시즈오카현 해안 200km에 걸쳐 대재앙이 덮쳤다. 해안가 마을은 쑥대밭이 됐다. 목조주택들은 모조리 쓰나미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회사에서 일하다가, 집에서 설거지하다가, 꽃에 물주다가 ... 대피하라는 긴급 문자메시지와 함께 사이렌이 울렸지만 고지대로 대피할 만한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밀려온 쓰나미에 목숨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확인된 사망자만도 만 명이 넘었다. 실종자는 20만 명에 육박했다. 더 참혹한 일은 강진 발생 이틀째 벌어졌다. 하마오카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면서 대규모 방사능 유출 사고가 터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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