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리 가족을 엄습한 지진의 공포
도쿄 특파원 1095일
2. 우리 가족을 엄습한 지진의 공포
일본 도착 셋째 날인 2월 16일 새벽 4시 46분.
나를 깨운 불청객은 다름 아닌 지진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지진은 나와 아내를 충격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집 전체가 굉음을 울리며 거세게 요동치는 게 아닌가?
곤히 잠들어 있던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저절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이게 바로 그 지진이구나.
"정말 이대로 죽는 게 아닐까? 두려움이 내 살갗을 돋게 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공포 속에 떨 수 없었다.
임신 7개월의 아내 때문이었다.
아내는 "장군 아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흑빛이 된 표정으로 울어댔다.
가슴이 벌렁거린다며 어쩔 줄 몰라했다.
나는 애써 다독였다. "괜찮아 걱정 마"
공포 속에 떨던 나였지만 그보다 아내를 진정시키는 일이 우선이었다.
지진은 20초 만에 물러갔다.
천지가 고요해졌다.
창밖을 내다봤다.
조용했다.
티브이를 켰다.
재해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바라키현 남부에서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했다면서
해일의 가능성이 있으니 경계하라고 했다.
앵커는 관동지방 지도 그래픽에 표사된 진앙지와 지역마다의 진도를 침착하게 읽었다.
내가 사는 도쿄도 스기나미쿠는 진도 4강을 기록했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방송에서는 해일의 걱정은 없다며 해일주의보를 철회했다.
시부야와 긴자 거리 CCTV 영상은 당시의 아찔함을 담고 있었다.
편의점 진열대 상품이 순식간에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바라키현 어느 시의 공무원은 라이브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와 현재 상황을 담담하게 전했다.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속속 전해졌다.
놀란 나머지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가 다리를 다친 사람, 급하게 대피하다 계단에서 넘어져 다친 사람이었다.
NHK는 지진 발생 직후부터 약 한 시간 동안이나 재난방송을 계속했다.
다행히 본진에 버금가는 여진은 없었다.
화재나 정전 등의 큰 피해도 없었다.
일부 열차 운행 중단과 최종 집계 27명의 부상자로
진도 5.4의 지진은 막을 내렸다.
여진은 없었지만
나와 내 아내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그 짜릿(?)했던 첫 경험, 공포의 여진이 몰아쳤다.
그때 아무것도 모른 채 깊은 꿈나라에 갔었던
아들 녀석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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