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 설치를 마치고 서둘러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온 이토와 부대원 8명이 승합차에 타고 쇼핑몰을 빠져나간다. 주차장 출구를 통해 나와 우회전, 네거리를 지나려는데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울려온다.
"삐요 삐요 삐요 삐요"
이감응이 지휘하는 경찰 특수 기동대원들이다.
"저놈들 어서 잡아"
이감응이 소리친다.
기동대 차량이 네거리를 막아서자, 이토 일당의 승합차가 후진, 도주한다. 공중에는 경찰 헬리콥터가 떠서 승합차를 쫓는다. 특수 기동대 차량과 헬리콥터의 맹렬한 추격 속에 이토 일당의 승합차는 도로를 시속 150km로 아찔하게 질주한다. 장갑차 모양의 기동대 특수 차량에서 총격이 시작된다.
"다다다다! 다다다다!"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달아나던 이토 일당의 승합차에 총탄 세례가 빗발친다. 뒷유리창이 산산조각나고 우측 뒷문에 구멍이 벌집처럼 뚫린다. 이쯤 되니 이토 일당도 가만있을 수 없다. 권총과 소총으로 응사한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폭발물 제거반은 즉시 쇼핑몰로 진입해 제거 작전 수행해"
이토 일당 추격 작전과 동시에 이감응은 핵폭탄 제거 작전을 명한다. 폭발물 제거반이 신속히 쇼핑몰에 도착, 옥상으로 향한다. 그러는 사이 총격전은 더 치열해지고 양쪽에서 사상자가 발생, 헬리콥터 저격병이 쏜 박격포에 이토 일당의 승합차가 명중되면서 승합차가 공중으로 솟구친다.
"으아!"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새 나온다. 차창 밖으로 튕겨져 나온 이토의 정신이 멍하다. 눈을 게슴츠레 뜬 그의 앞에 한 사내가 두 다리를 쫙 벌리고 서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흐렸던 초점이 맑아지면서 그의 얼굴이 선명해진다.
"야, 이토. 이 새끼, 드디어 잡았구나"
나석이파 넘버 3 이도관이었다.
"아니, 넌?"
"그래 나다, 이도관. 내 형님들과 동생이 너희 야쿠자들 손에 당했는데, 내가 어찌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겠냐. 이봐, 이 새끼 무릎 꿇려"
이토가 이도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 오늘 너를 황천길로 보냄으로써 원수를 갚아주마!"
이도관이 권총을 꺼내 들고 이토의 머리통에 총구를 들이밀었다.
같은 시각 아에라 쇼핑몰 옥상에서는 핵폭탄 제거 작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타이머가 가리키는 시간은 9분 58초.
"이건 암호를 넣어야 타이머가 해제되는 폭탄입니다"
폭발물 제거반으로부터의 보고였다.
이감응이 이도관에게 무전을 친다.
"이봐 도관이, 지금 당장 이토한테 폭발물 해제 암호를 받아내. 시간이 없어. 서둘러"
무전을 들은 이도관.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놈, 목숨이 끈질기구나. 암호를 대. 어서!"
이도관이 이토의 멱살을 잡고 뒤흔든다.
이토의 표정이 밝아진다.
"이제 얼마 후면 하치오오지는 쑥대밭이 될 거야. 너나 나나 모두 저세상 사람이 되는 거지. 살길은 10분 안에 멀리 달아나는 것밖에 없어. 가급적 멀리 말이야"
"어서 해제 암호를 불어 이 새꺄"
이도관이 이토의 불알을 움켜잡고는 악력을 다해 쥐었다.
이토에게는 고환이 터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이토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혀를 깨물었던 것이다.
째깍째깍, 타이머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폭발 예정시간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이제 1분 29초.
"이 새끼, 어서 불지 않으면 너나 나나 여기서 다 개죽음 당한다고. 빨리 말해 이새꺄!"
입이 바짝 마른 채 이도관이 다그쳤다. 그래도 이토는 입을 열지 않았다. 타이머는 어느덧 30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폭발물 해체반원들은 속이 타들어갔다. 눈 앞이 캄캄해졌다. 해제 비밀번호를 받지 못하면 그대로 핵폭탄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질 판이었다. 그렇게 숨을 헐떡이며 긴장의 땀이 등골을 적시는 시각에도 타이머의 붉은 초시계는 돌아가고 있었다. 이도관이 이토의 불알을 한 번 더 힘세게 움켜잡았다.
"어서 비밀번호를 말하란 말야!"
하지만 이토는 이를 악물었다.
째깍째깍,
이도관과 기동대원들은 맞춰진 손목시계가 제로가 되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고요했다. 정적이 흘렀다. 굉음은 들리지 않았다. 버섯구름도 피어오르지 않았다. 모든 게 그대로였다. 지나가는 자동차도 사람들도.
타이머는 1초를 남겨놓고 멈춰 섰다.
해제반은 깊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해제 비밀번호를 알려준 건 요시하라 박사였다. 이대로 무고한 시민들을 대량 살상하게 해선 안된다며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경찰에 신고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