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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디 Sep 24. 2022

부동산 - 나 - 은행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다

누굴 믿어야 할까?

은행에서 김 과장님이 나더러 중심을 잡으라고 한다. 중심을 잡는다?


1. 내 상황은 이렇다. (5월)

이사갈 집 1억의 90% 대출 9000만원을 받으려한다. 2년 전에 현 집에 들어오며 대출 4000을 받았고, 이번에 5000을 추가 대출하기로 했다. 새 집주인은 임대사업자 혜택을 받으려면 5월 내에 세입자를 들여야해서 내가 5/31 날짜로 이사를 가야한다. 현 집이 5월 안에 안나가서 4000만원을 못 돌려받더라도 은행에서 5/31에 5000을 따로 대출을 내줄 수 있다고 해서 그 돈을 새 집주인에게 부치고 전입신고도 해놓기로 했다. 실제 이사는 6월 말에 지금 집의 보증금 돌려받으면서 하고.


5/3에 부동산에서 계약서 쓰던 날 은행에 전화해 다 확인 한 내용인데 이제 와서 그건 어려울 거라고 한다. 계약금 1000만 원까지 걸고 벌써 5월도 1주일이 지나버려서 새집 부동산에서도 난리가 났다. 악! 김 과장님! 김 과장님이 천만 원 주실 거예요 진짜?


며칠 동안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아니 이거 애초에 내가 풀 수 있는 문제인가? 내 계획에 협조해주는 편이 하나도 없다. 집 내놓은 이 동네 부동산에서는 “박춘식(집주인 가명) 그분 그렇게 나쁜 분 아니니 대화로 잘 풀면 날짜 맞춰서 주실 거예요~” 하지만 박춘식과는 대화도 할 수 없다. 그녀는 여전히 “난 5월 말에 돈 못 줘. 네가 4월 말에 말했으니 6월 말에 줄 거야”라고만 답하고 끊는다. 새 집 계약한 저 동네 부동산에서도 “원룸이니까 금방 나갈 거예요~” 나를 안심시키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 근방 부동산 30곳에 일일이 전화해서 방 내놓으며 복비도 내가 내겠다고 했는데도 5월은 학기 중이라 집 구하는 사람이 없어서 잘 보러 오지도 않을뿐더러 와서도 다들 시큰둥하게 보고 나간다.


2. 부동산에서는 보통 “될 거예요~” 하고, 은행에서는 ‘그렇겐 안 돼요’ 한다.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라고 한다.

부동산은 나에게 “은행에서 말 바꿨는데 먼저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집주인이 세입자한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떠넘기고 은행에서는 “엥? 저희가 그걸 왜 해줘요, 부동산에서 잘못 아시는 거 아니에요?” 떠넘긴다. 서로 틀렸을 거라고 따지는데 나는 그 사이에서 ‘이 사람을 믿어도 되나, 이 사람이 잘 알고 하는 말인가’ 불신이 싹트니까 이쪽저쪽 말을 전하며 점점 모기 목소리가 된다.


김 과장님이 이런 나를 보고 안 되겠다 싶었는지 (비록 본인이 말을 바꿔서 이렇게 되긴 했지만) 나를 똑바로 보고 다잡아준다.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어요. 이사라는 거 전세라는 거 진짜 큰 일이니까요. 근데 이쪽저쪽 집주인 사정에 너무 끌려다니지 말고 마디 씨가 중심을 잡아야 해요. 집주인이랑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해보고 집주인은 어디까지 도와줄 수 있는지 잘 상의해보세요. 이건 마디씨 일이에요. 본인이 중심을 꽉 잡고요”

솔직히 김 과장님 진짜 투머치 토커라서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다음부터 김 과장님의 “본인이 중심을 꽉 잡고요” 말에다가 이런저런 경우의 수와 대비책을 가져와 묶게 되었으니 아마 이런 요지로 얘기하셨을 거라고 믿는다.


중심을 잡는다는  누구를 믿을지 정하는 것이다.  안에서 둘이 싸워서 속이 시끄러울때도 천사와 악마중에 어떤 목소리를 믿을지 정하는 것이다.  혼자 노력해서 되는 문제라면 핑크빛 희망편을, 여러사람이 엮여있다면 현실적인 편을 믿기로 했다. 현실적이라는  나쁜 경우, 일이  풀릴 경우까지 예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은행을 믿기로 했다. 김 과장님은 나에게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알려준다. 잘 될 경우는 5월 전에 방이 나가서 보증금 4000만 원을 상환하고 깔끔하게 9000 대출을 새로 받아서 새 집에 가는 것, 딱 한 개밖에 없다.

그러나   경우의 수는 너무 많다. 5월에 집이  나갈 경우, 6월에 집주인이 돈을   경우, 최악으로 은행 대출이  나올 경우 등등 모든 경우를 알려주고 내가  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이건 되고 저건  되고를 판단해준다. 이사의 주체는 집주인도 돈도 아니고 ‘임을 상기시켜준다. 원망스럽지만 감사한  과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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