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ㅊ 20년 전 연봉이랑 비교하고 ㅈㄹ이야
인턴으로 시작한 첫 직장에서 정식으로 계약한 첫 연봉은 1800만원. 아따 짜다 짜. 문화 전문 매체에서 기자로 일을 시작했는데 2년을 공연판을 쫒아다니느라 하루에 한 끼 제대로 먹은 게 손에 꼽힌다. 적게는 3탕, 많게는 5탕까지 하루에 취재며 인터뷰며 시간을 쪼개서 일을 시켜먹었다. 덕분에 이동시간도 빠듯해 택시 타는 게 일상이었고, 중간중간 기사를 쳐내야해서 매번 카페에서 빈 속에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글을 썼다. 전부 내 돈으로!
교통비, 식대, 커피값을 제외하면 사실 남는 게 없었다. 인턴 세 달은 월 60인가 80인가를 받으며 일을 했으니 그때는 오히려 내 돈을 내고 일을 다녔던 셈이다. 하루는 동기랑 월급날 신세한탄을 하다가 그날 하루 만에 월급을 탕진했던 적이 있다. 저녁 9시 30분쯤이었나? 대학로에서 연극 취재를 막 끝내고 난 시점이라 옷가게며 신발가게며 상점이 모두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여기저기 들어가 손에 집히는 대로 카드를 갈겨댔다. 진짜로 갈겨댔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나중엔 살 게 없어서 양말을 한 30켤레 샀나? 그때 샀던 빨간색 털양말은 8년이 지난 지금도 매년 크리스마스 때쯤 한 번씩 꺼내 신는다. 유일하게 후회하지 않고 사용했던 아이템이다. 나머진 뭐... 다... 허참...
살이 한 7킬로 정도 빠지고, 생리가 멈춘 지 4달이 지나고서야 퇴사를 했다. 그때는 버티는 게 위너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직장에서의 연봉은 그보다 조금 오른 2200만원. 그래도 앞자리 숫자가 바뀐 것에 감격해 첫 월급을 받고 팀원들에게 커피를 쐈던 기억이 난다. 정말 감사했다. 400만원이나 올려주다니 우와.
그렇게 2년쯤 다녔나, 월급이 밀리기 시작하자 이번엔 참지 않고 내가 먼저 사표를 제출했다. 사실 사표 제출은 내가 했지만 거의 잘렸다고 보는 게 맞다. 헤헷. 회의실에서 인사팀장님에게 사표를 제출하는데, 괜히 멋스러웠는 인사팀장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하는 말이 "경민기자, 여기가 첫 직장인가요? 저랑 첫 연봉이 똑같네요"란다.
"팀장님 그때가 몇 년 전인가요?"
"한 20년은 됐죠?"
"아무래도 다음 직장에서는 꼭 연봉을 제대로 받아야겠어요. 10년 전에 500원했던 아이스크림도 지금 1000원인데 20년 전 연봉이랑 제 연봉이 같다니"
그렇게 회사를 나왔다. 그때부터였나 이직을 하면서 내 첫 번째 조건은 연봉이 되었다. 그게 다른 모든 조건의 우위를 차지하는 절대적 조건은 아니지만, 최소한 일한 만큼 돈을 주는 곳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여전히 내 물욕을 충족해주기엔 턱없이 부족한 월급이지만 아무튼 1800만원, 2200만원 시절을 생각하니 오늘 내 주머니가 두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