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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Apr 07. 2021

고양이 장난감과 캣타워 - 자아실현의 욕구

고양이 사냥 본능

4냥꾼 캣브로, 열한 번째 이야기




고양이와 사냥 본능


육식 동물은 생존하기 위해 다른 동물을 사냥해야 한다. 사냥하거나 사냥당하거나. 냉혹한 야생의 세계. 사냥에 실패한 자에게는 오직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세상 편안하게 뒤룩뒤룩 살이 쪄서 배는 바닥에 쓸리기 직전이고 감자튀김을 좋아하는 녀석 때문에 잊고 있었다. 고양이도 육식 동물이다. 생각해 보면 호랑이와 사자도 고양잇과이다.


베란다 창틀에서 길냥이들과 가끔 눈싸움을 한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길냥이들을 보고 얼마나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개보다는 그 역사가 짧지만 고양이도 길들여지기 시작하면서 야생성이 많이 없어졌다. 그래도 식육목과라고 사냥 본능만은 남아 있다. 과자처럼 생긴 사료만 먹는 주제에 말이다. 실제로 사냥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인데 그 본능은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까. 괜찮다. 방법이 다 있다. 고양이를 기르던 우리 집사 조상님들과 선배님들이 다 만들어 놓은 게 있다.


더 이상 생존을 위해 사냥하지 않아도 좋은 고양이에게 남아 있는 사냥 본능. 아이러니하지만 고양이를 규정하는 무언가 아닐까. 5단계 자아실현 욕구, 고양이를 고양이답게 만들어 주는 용품으로 장난감과 캣타워에 대한 얘기를 해 보려 한다. 


노는 게 제일 힘들다


낚싯대로는 물고기와 세월만 낚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양이도 낚다. 보통 초보 집사에게 가장 많이 주는 선물이기도 해서 집사라면 누구나 낚싯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흔들다 보면 냥이들의 사냥 본능이 꿈틀거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고양이에 따라서는 낮은 자세로 엉덩이를 씰룩거리다 이내 높게 뛰어오르는 녀석들도 있다. 우리 집의 경우, 하나로 놀아 주다 보면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생겨 양손에 하나씩 들고 놀아 줄 때가 많다. 매우 귀찮고 의외로 힘들다는 점을 제외하면, 냥이들의 반응이 제일 확실한 장난감이다. 집사도 같이 운동이 되는 것은 덤이다.


츠동이의 거친 사냥 본능. 너무 빨라 사진으로는 선명히 담을 수 없을 정도이다. 낚싯대가 목에 감기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평소에는 숨겨둔다.


집사도 운동이 된다는 점을 뒤집어 보면 이는 곧 단점이 된다. 힘든 몸을 이끌고 귀가하면 똥간도 비우고, 집안 이리저리 날리는 털도 부지런히 치워야 한다. 체력이 소진되었을 집사들을 위해 쥐돌이를 소개한다. 쥐돌이는 말 그대로 쥐처럼 생긴 작은 인형이다. 금방 시큰둥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소중한 체력을 아낄 수 있다. 고맙게도 막내 루비는 쥐돌이만 던져 줘도 물고 뜯고 맛보며 신나게 논다.


싫증을 내는 냥이의 경우, 쥐돌이를 멀리 던져 주자. 그럼 드물지만 입에 물고 다시 돌아오는 개냥이들이 있다. 다시 던져 주자. 그리고 둘 중 하나가 지칠 때까지 반복하자. 신체적으로 쉬지 않고 던지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다는 점이 단점이다.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고양이가 나를 조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정신적으로는 자존심이 상하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노는 게 제일 힘들다던데... 아니었다. 놀아 주는 게 더 힘들다.


집은 일하는 곳이 아닌 쉬는 곳이 되어야 한다. 고양이와의 놀이에 집에서도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자동 장난감을 사용할 수도 있다. 두더지 잡기처럼 쥐돌이가 나왔다 들어가는 것부터 깃털이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것까지 다양하다. 내가 이러려고 돈을 벌고 있나. 맞다. 이러려고 버는 거다. 다시 강조한다. 집사로서 냥이들에게 리스펙트를 바라는 바다.


높은 곳에 임하리라


딱 잘라 말하고 싶다. 캣타워,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정말 좋다! 비싸지만 제값은 한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질지언정 구매하면 후회는 없다. 크고 작은 캣타워들을 사용해 본 결과이다. 지금은 캣타워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작은 캣타워만 두고 있지만, 화장실과 결합된 큰 캣타워를 쓴 적도 있었다. 고양이가 많아지면서 캣타워에 딸린 화장실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고, 다른 가구들도 생기면서 처분하게 되었다.


삼층냥탑. 전에 사용하던 캣타워들이다.


캣타워는 사냥감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거나 천적을 피해 높은 곳을 오르던 본능을 자극한다. 형태도 다양하다. 말 그대로 탑처럼 높이 올라가는 구조가 있는가 하면, 고양이가 쉴 수 있는 집이 여러 개 붙어 있는 형태도 있다. 타워와 타워를 잇는 구름다리를 천장에 높이 설치할 수도 있다. 외국의 경우, 호기심 많은 고양이를 위해 캣타워를 거대한 미로처럼 직접 제작하는 일도 많은 것 같다. 나중에 좀 더 큰 집으로 이사가게 되면,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 냥 팔자가 상팔자다. 너네는 집 걱정 없어 참 좋겠다.


캣타워에서는 냥이들끼리 술래잡기를 하며 놀 수도 있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운동도 되기 때문에 여건이 된다면 설치해서 나쁠 것은 없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특성상, 캣타워는 안정감을 느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우리처럼 큰 캣타워를 두지 않는 집이라면, 대신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을 몇 군데는 마련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냥이에게는 몸을 숨길 수 있는 장소만큼이나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장소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주 지고하신 분들이다. 이때 높은 곳을 쉽게 오갈 수 있도록 그보다 낮은 가구를 옆에 배치해 주면 좋다. 그래야 착지 시의 충격을 감소할 수 있다. 고양이도 관절염에 걸릴 수 있다.


선호하는 곳이 모두 다르다. 츠동이는 베란다의 수납장이나 냉장고 등 높은 곳에 주로 있고, 막내 루비는 서열을 의식한 듯 낮게 달려 있는 노트북 선반을 애용하는 편이다.


비록 낮은 곳에 임하더라도, 언제나 높은 곳을 지향하는 고양이들. 고매하다 해야 할지 만족을 모른다 해야 할지. 아무튼 매력적인 녀석들임에는 틀림없다. 동료들의 따돌림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좇던 갈매기 조나단 정도라고 해 두자. 이번 편을 끝으로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과 고양이 용품 이야기는 끝맺고 좀 더 일상적인 얘기로 돌아갈까 한다.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는 캣브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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