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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May 02. 2021

고양이 용어 - 고양이의 기분을 읽는 법

행동으로 보는 고양이 기분

4냥꾼 캣브로, 열다섯 번째 이야기




불친절한 캣브로


읽는 이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못한 글을 쭈욱 써 온 것 같다. 고양이 집사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할, 집사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용어들을 너무 당연하게 사용했다. 이 문장부터가 그렇다. 돌이켜 보니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을 가리켜 왜 주인이 아니라 집사라 표현하는지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다. 고양이에게나 사람에게나 더 친절한 캣브로가 되기로 다짐했다. 그래서 마련했다. 자주 쓰는 고양이 용어들을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자.


고양이 용어 편은 이제껏 써 왔던 글과 다르게 사전식 구성을 취할 것이다. (가나다 순이다.) 조금 딱딱한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재미와 정보 전달, 두 가지 다 놓치고 싶지 않다. 일반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고 우리 똥냥이들도 등장시켰다. 분량이 의외로 많아 고양이 용어에 관한 글은 나누어 쓰려 한다.


내 기분을 알아줘라, 집사야!


골골이/골골송/가르릉: 고양이가 기분이 좋을 때 내는 소리이다. 진동도 상당하다. 골골이 소리를 들은 초보 집사들이 고양이가 아픈 줄 알고 병원에 데려가는 경우도 많다. 몸이 좋지 않을 때 자신의 상태를 알리기 위해 내는 경우도 지만, 대개는 기분이 좋을 때 낸다. 골골이 소리는 사람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궁디씰룩: 몸을 낮게 유지한 상태에서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거리는 행동이다. 사냥 놀이를 해줄 때 주로 볼 수 있다. 먹이를 정확하게 낚아채기 위한 준비 자세이다.


꼬리펑: 화가 나거나 놀랐을 때, 때로는 흥분감에 꼬리가 너구리처럼 ‘펑’ 하고 부풀어 오르는 것을 말한다.


츠동이는 꼬리펑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꼬리가 없기 때문이다.


꾹꾹이/고양이 안마: 앞발로 마치 안마를 하는 것처럼 대상을 누르는 행동이다. 어미 고양이의 젖이 잘 나오도록 하던 새끼 때의 습관에서 비롯된다. 가끔 엎드려 있으면 등에 꾹꾹이를 하기도 한다. 의외로 시원하다. 발톱을 안 깎으면 옷에 구멍이 나거나 아플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냥모나이트: 고양이가 둥글게 몸을 말고 자는 모습을 말한다. 보통 기온이 낮을 때 체온 유지를 위해 취하는 자세이다.


냥모나이트 자세의 좋은 예. 태극 무늬처럼 음과 양이 조화롭다.


냥펀치: 앞발을 들어 펀치를 날리듯 고양이나 사람을 공격하는 행동이다. “귀찮게 하지 마!” 정도라면 살짝 발만 드는 정도이지만, “이 자식이 한번 혼나 볼래!” 느낌일 때는 퍽 소리가 난다. 심하면 발톱을 세우고 펀치를 날리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눈키스/눈뽀뽀: 온화한 눈빛으로 집사를 바라보며 눈을 껌뻑거리는 행동이다. 원거리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에게 가까이 가는 것을 무서워하는 구로가 자주 사용하는 기술이다.


마징가귀: 귀가 뒤로 젖혀져 있는 모습이 마치 만화에 나오는 로봇 마징가 귀와 비슷해서 이렇게 부른다. (마징가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니 조금 슬프다.) 기분이 언짢을 때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다만 간식이나 장난감을 보고 흥분하거나 가끔 편안하게 쉴 때도 나오는 자세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마징가 츠동


발라당: 집사 앞에서 ‘발라당’ 드러누우며 배를 보여 주는 애정 표현이다. 배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만큼 집사를 신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발라당 자세가 곧 배를 만져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우리 집 냥이들은 배를 만져 주어야 만족한다.


부비부비: 물건이나 사람에게 몸을 비비며 자신의 냄새를 묻히는 행동이다. “넌 내 거야!”라는 애정 표현 또는 “여긴 내 구역이다옹”’이라는 소유권 주장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식빵 자세/스핑크스: 고양이가 앉아서 쉬는 자세를 말한다. 네 발을 모두 배 밑으로 넣고 있는 모습이 꼭 식빵 같아서 이렇게 부른다. 고양이가 식빵을 ‘굽는다’라고도 표현한다. 스핑크스는 식빵 자세에서 앞다리만 앞으로 뺀 것을 말한다.


식빵 자세로 졸고 있는 츠동이. 이 정도 식빵이면 5명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다다: 빠른 속도로 집 안을 질주하는 행동이다. 주로 새끼 고양이에게서 많이 보인다. 사냥 본능을 발산하거나 다른 냥이들과 노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한밤 중에 갑자기 우다다를 하는 경우도 있다. 층간 소음의 주범이다.


쭙쭙이: 자신의 발이나 꼬리, 집사의 손을 빠는 행동이다. 편안함을 느껴 쭙쭙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분리 불안 등의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도 있다.


하악질: 털을 곤두세우며 ‘하악!’ 하는 위협적인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고양이나 사람에게 경고를 하는 의미도 있지만, 무섭거나 단순히 깜짝 놀랐을 때 내기도 한다. 이빨이 다 드러나기 때문에 맹수와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순간이다. 참고로 하악질을 하고 있는 냥이는 웬만해서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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