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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Feb 10. 2022

거울

헛개잡상인, #6

처음엔 정신병인가 했다.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볼  가끔 위화감이 느껴질 가 있다. 거울 속의 이놈이 진짜 내가 맞나. 내가 손을 올리면 이놈도 올리고, 얼굴을 찡그리면 똑같이 찡그리긴 하는데, 이게 진짜 내가 맞나. 진짜로 맞나.


위화감으로 시작된 이 느낌은 이내 의심으로 다. 이 사람들 틈에 내가 섞여 같이 살아가고 있  현실일까. 사실은 가족과 친구, 내가 속한 사회의 시스템마저 내 상상이 만들어 낸 세계 아닐까. 이렇게 형편없는 나와 함께 웃고 이야기를 나눌 리가 없는데. 그렇다면 지금 의심하는 나는 누구인가? 내가 데카르트 아닌 것만큼은 확실하다.


세계는 그대로이고 어쩌면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야 이 위화감과 이질감이 설명된다. 혹시 나는 잘 짜여진 프로그램의 일부는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몇 개의 코드로 이루어져 있을까.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 현실감 점점 사라져 간다.


의심은 이제 공포감이 된다. 잠시 고개를 숙이면 거울 속의 놈이 그대로 나를 응시한 채 비웃고 있을 것 같다. 재빨리 고개를 처올려 놈이 방심한 틈을 잡으려 해 보지만 놈은 여전히 나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 이 장난질을 하는 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디테일까지 살리지는 못할 것이다. 거울에 코가 닿도록 얼굴을 들이밀고 이놈의 면상을 찬찬히 뜯어본다. 검은색인 줄 알았는데 갈색에 가까운 눈동자와 어느새 미간 사이에 자리 잡은 주름이 보인다. 내가 알고 있는 내 모습이 맞다.


잠깐, 생각해 보니 나는 나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 거울이나 사진을 통해서만 나 자신을 봤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놈이 나라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지? 위화감은 좀체 사그라들질 않는다.


여전히 모르겠다. 답도 없지만 현재로서는 심각하지도 않은 문제다. 보통 이럴 땐 고양이 배나 만지면서 자빠져 있다 보면 다시 현실 감각이 돌아오곤 하던데. 에라, 모르겠다.


그러니 이리 와서 누워라. 냥이들아.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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