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전공이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까?
대학교에 진학하기 전, 나는 대학 전공과 학교가 내 인생의 대부분을 결정할 것이라고 믿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홀로 해외에서 지내며, 내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머리가 아팠다. 해외에서 대학교를 진학할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올지 고민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커리어 패스를 선택하고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선택지가 적은 것이 때로는 축복이 된다. 나는 특정 분야에서 상위 0.001%가 될 만큼의 천재적인 재능은 없지만,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느꼈고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예를 들어, 생물 시간에 해부하는 것이 재미있었고, 경영학에 대한 수업도 흥미로웠으며, 미술 시간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대학 전공과 소재지가 내 인생을 크게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수많은 고민을 하며 때때로 과감하게 길을 틀어 유턴하기도 했다.
나의 첫 번째 행선지는 '뇌과학'이었다.
캐나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생물, 화학, 물리를 좋아했고 자폐 아동을 돌보는 봉사 활동을 하며 심리치료와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여러 캐나다 대학에서 성적 장학금을 받고 합격했지만, 대학 입학 한 달 전 포기해야 했다. 석박사 과정이 필수인 분야에서 영주권도 없는 상태에서의 유학비 부담이 컸고, 공부해 본 결과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 많았다. '의과 대학원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쉽게 'YES'라고 답할 수 없어서, 결국 다른 전공으로 한국 대학 입시를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미리 구매해 두었던 비행기 표는 캐나다 대학에서의 새로운 시작이 아닌 고등학교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작별 인사 여행을 위한 표가 되었다.
두 번째로 향한 곳은 'UI/UX 디자인'이었다.
감사하게도 한국 대학 입시에 성공한 후, 다양한 국제학부 전공 중 '정보 인터랙션 디자인'을 선택했다.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여러 선배의 조언을 구하며 디자인과 테크를 융합한 실용적인 전공을 선택했다. 창작의 고통과 밤샘 팀 프로젝트에 괴로운 적도 있었지만, 구글 본사 출신 교수님을 비롯한 훌륭한 교수진 아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예중예고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가족의 반대로 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다양한 디자인 툴을 다루고 디자인을 마음껏 할 수 있어 행복했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코딩으로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기에는 나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고, 엉덩이가 무겁지 않은 나의 성향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로 기웃거린 분야는 '경영학'이다.
과거에 4번의 경영 관련 인턴십을 경험하고 현재 금융사 전략기획 부문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는 사실 경영학을 부전공조차 하지 않았다. 경영학 복수전공이나 전과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학년 때 경영학회에서 학회장을 맡고, 선배의 추천으로 운 좋게 경영 컨설팅 펌에서 인턴을 시작한 후, 비즈니스 숫자 데이터를 보는 데 재미를 느껴 비즈니스 분야로 커리어 방향을 잡았다. 인턴십 경험 이후 경영학 복수전공을 고민하고 있을 때, 인생 선배 A는 내게 '가성비'를 따지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졸업을 늦춰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기보다, 현업 경험을 다양한 직군과 산업군에서 쌓으며 나는 어떤 회사에서 근무하기를 원하는지 탐색해 보기로 결정했다.
나는 어느 대학을 갈지,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결정하기 전에 많은 인생 선배들과 대화를 나눴다. 여러 차례의 대화와 경험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는 결국 전공이 커리어 목표를 이루는 데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희망했던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해 전공을 선택했는데 잘 맞지 않아도 괜찮았다.
결국 잘 맞는 분야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세상에는 나에게 꼭 들어맞는 분야가 존재하지 않았다. 학문적으로 잘 맞는 분야도 현업에서 일해보면 다른 경우가 많다. 처음에 잘 맞다고 생각했던 일도 몇 년 후에는 그 일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고 새로운 도전에 불타오를 수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인생 선배들과 나눈 대화와 내 삶을 돌아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들어맞는 길을 찾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다가 이 길이 아닌 것 같으면 돌아가면 되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길은 새롭게 만들면 된다. 길을 만드는 방법은 대학 전공만이 아니며, 학회 활동, 인턴십 경험, 독학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졸업을 늦추며 경영학을 복수 전공할 때, 나는 인턴십이나 내 생각의 지평을 넓혀줄 다른 활동에 집중했고 결국 경영학 전공 타이틀 없이 입사했다.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은 다양하며, 한 길만이 정답이 아니다. 생각했던 길이 무너져 좌절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