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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울 Oct 19. 2021

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예쁘니?

거울 속에 나뿐이니깐 정답은 나!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도구다. 하지만 우리가 줄곧 써왔던 색안경은 우리가 행복을 목표로 착각하게끔 만들었다. 우리는 왜 이 색안경을 여태껏 벗을 수 없었을까? 왜 이 색안경이 우리의 콧잔등 위에 씌어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까?


뉴턴(1990)이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는 이 미스터리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해당 연구는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은 대신, Griffin과 Ross(1991)의 논문에 상세히 설명되어있다.


참가자들은 '탭퍼' 또는 '리스너' 역할 중 각자 하나씩 맡았다. 탭퍼는 아주 잘 알려진 노래(ex) 학교 종이 땡땡땡) 25개 중 하나에 맞춰 탁자에 대고 탭핑(손가락 두드리기)을 하도록 지시받았다. 리스너는 그 탭핑만 듣고 무슨 노래인지 알아맞혀야 했다. 그다음, 탭퍼들은 리스너들이 얼마나 노래를 잘 알아맞힐지 예상해보았다. 여러분도 한 번 정답률을 맞혀보시길!


탭퍼들이 예상한 리스너들의 정답률은 평균 50%였다. 그렇다면, 실제 정답률은?

... 2.5%. 50에 비하면 아주 초라한 숫자다.


예상 정답률과 실제 정답률 사이에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났을까? 탭퍼들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탭퍼가 탭핑을 할 때, 그들은 탁자에 부딪히는 손가락의 소리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하나의 노래가 펼쳐지고 있고, 그 노래의 멜로디와 리듬, 가사가 진짜로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마치 탁자가 피아노로 변한 듯한 놀라운 망상에 빠지게 된다. 반대로, 리스너들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리스너는 아무런 힌트 없이 난데없이 이어지는 둔탁한 비트만 들을 수 있다. 노래를 못 맞히는 게 사실상 당연하다.


탭퍼: '학-교-종-이-땡-땡-땡 ♬'

리스너: 딱딱딱딱딱딱딱 (?!)


이토록 당연한 사실을 탭퍼들이 간과한 것은, 우리의 어쩔 수 없는 자아도취적 성향 때문이다. '나'의 느낌과 경험에 완전히 몰입되어, 그것으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져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가 없어서다.


우리가 행복을 목표로 착각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할 때마다 뇌가 오구오구 하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선물해준다. 그런데 우리는 그 선물을 받자마자 호들갑 떨면서 너무 좋아해 버리는 나머지, 이 선물이 도대체 왜 나에게 주어지는지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왜'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지보다, '어떻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다른 건 다 모르겠고, 그 선물을 받을 때 내 기분이 너무 좋았으니깐 그 선물만 이제부터 좇을 거야! 그런데 또 그 선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많이 웃어야 하나?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야 하나?'


하지만 이 글을 읽은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그 선물을 받으려면, 우리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런데, 타고나길 내향적인 성격인 사람은 어떡할까? 외향적인 성격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Griffin, D., & Ross, L. (1991). Subjective Construal, Social Inference, and Human Misunderstanding. In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24, pp. 319-359). Academic Press.


Newton, L. (1990). Overconfidence in the communication of intent: Heard and unheard melodies. Unpublished doctoral dissertation, Stanford University, Stanford, 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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