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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y 20. 2024

오늘은 520, 사랑을 전하세요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_ 문태준

520 = 我爱你

오늘이 520인 거 알고 계셨나요? 520은 말하자면 중국의 밸런타인데이예요.



저는 어제 두 달 만에 문득 나타난 청년이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네주기에 겨우 알았어요. 예기치 못한 선물은 감동이 몇 배죠.


예기치 못했던 520 선물



이런 날은 시집을 꺼내야죠.

문태준 시인의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를 펼쳤습니다.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_ 문태준


그사이에



오늘 감꽃 필 때 만났으니

감꽃 질 때 다시 만나요.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겠어요


감나무 감꽃 목걸이가 다 마르려면

오늘의 초저녁 이틀 나흘 닷새 아니면 열흘 아니면 석 달 아니면 네 철


하나의 물결이 우리를 손으로 어루만지더라도

암벽에 새긴 마애불이 모두 닳아 없어지더라도


(문태준 시 ‘그사이에’ 전문)





문득 작년 5월에 받은 감나무가 기억납니다. 감나무를 갖고 싶다고 쓴 저의 에세이를 읽고 프랑스 툴루즈에 사는 친구가 감나무를 선물했어요. 철철이 사진을 보내 주며, 제 감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알려줍니다.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2023년 3월에 친구가 보내준 감나무 사진


며칠 전 (5/15)에 감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받았어요.


2024년 5월 15일에 친구가 보내준 감나무 사진


작년 11월에는 감나무 단풍 사진을 받았고요.


2023년 11월에 친구가 보내준 감나무 사진


3월에는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았었는데, 네 철이 돌아 감꽃이 다시 피었습니다.


2024년 3월에 친구가 보내준 감나무 사진


‘오늘의 초저녁 이틀 나흘 닷새 아니면 열흘 아니면 석 달 아니면 네 철’이 지나도록 친구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중국 상하이와 프랑스 툴루즈.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남은 평생 몇 번이나 얼굴을 볼 수 있을까요. 친구에게 (아마 그녀는 뜻도 모를) 520 세 글자를 보냅니다.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겠어요.





윤소희 작가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책과 함께’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책 소개와 책 나눔을 하고 있다.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공저로 <소설, 쓰다> 등이 있다.

강연 신청 및 상위 1% 독서 커뮤니티 무료입장, 1:1 글쓰기 코칭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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