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 <몸몸>이 던지는 불편한 질문
몸, 불안, 그리고 나
지옥에서 배를 대패로 갈아내는 형벌을 받는 듯한 통증이 일주일 정도 이어졌다.
박서련 <몸몸> 중
소설 속 화자 낌지가 지방흡입 수술 후 겪은 고통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녀는 키도 크고 마른 체형이지만, 배가 살짝 나온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없다. 친구 짱유는 누가 봐도 통통한 편이다. 낌지와 짱유,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날씬하든 통통하든, 우리는 늘 자신의 몸을 불안해한다.
우리는 친구에게 “네가 뺄 게 어딨어. 지금도 예뻐.”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끊임없는 다이어트와 몸 관리의 숙제를 안긴다. 주변의 시선 때문이든, 내면의 불안 때문이든, ‘지흡’이라는 선택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나는 지방흡입 수술을 해본 적은 없지만, 작년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 50대가 되자, 기다렸다는 듯 몸이 변했다. 단 몇 주 만에 4kg이 늘었고, 그 살은 전부 배로 갔다. 예전처럼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해도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공연 사회 의뢰를 받게 되었고, 옷 속에 나를 구겨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다. 결국 지인의 소개로 ‘금방 뱃살을 줄여준다’는 한의사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배에 침을 맞았다. 고깃덩이를 만지듯 제거할 부위를 만지작거리는 손길, 수없이 들어가는 바늘. 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 뱃속에 바늘이 들어 있는 듯한 따끔거림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자기 몸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마른 몸이든, 통통한 몸이든, 중요한 것은 사회가 규정한 ‘이상적인 몸’의 기준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렇게까지 숨기고 싶은 치부를 솔직히 꺼낼 수 있었던 건, 소설 속 거침없는 비속어와 과격한 표현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진행 능력과 뱃살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걸 이론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나운서로 방송국에서 일하던 시절, 내가 받은 피드백의 95%는 외모에 관한 것이었다. 말해 뭐 해.
몸은 내가 아니지만, 나는 몸이다.
박서련 <몸몸> 중 '작가의 말'
몸을 통해 나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몸몸>은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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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와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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