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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 vs. 진짜 비_ 내 글은 어느쪽?

100일 챌린지_Day 24

by 윤소희

절기상으로는 여름의 끝자락과 가을의 문턱 사이였지만, 도시는 여전히 무더위로 눌려 있었다. 오후, 갑작스레 천둥이 하늘을 찢었다. 귀가 멍해졌다. 이어 쏟아지는 비. 일기예보에는 없던 소나기였다. 그 요란함과 양에 순간 의심이 스쳤다. 혹시 인공강우일까.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인공강우를 광범위하게 사용해 왔다. 대기 오염을 씻고, 가뭄을 막으며, 국가 행사 전 하늘을 정리하기 위해 로켓과 비행기를 동원한다. 하늘조차 인간의 통제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 우리가 자연과 맺는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지금 내리는 이 비도, 하늘의 뜻이 아닌 인간의 손에서 나온 물방울일지 모른다.


2.png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인공강우를 광범위하게 사용해 왔다.


우산 없이 학교에 간 아이들을 떠올리며, 나는 서둘러 우산을 챙겼다. 골목마다 빗물이 쏟아졌지만, 비는 시원하지 않았다. 피부에 닿는 물방울은 차갑지만, 숨은 더 답답했다. 땀과 비가 뒤섞여 몸은 끈적하고, 마음은 더욱 답답했다. 표면은 젖었지만, 내면은 바짝 말라 있었다.


어떤 글들은 이 비와 닮았다. 겉으로는 요란하고 매끄럽다. 문장은 유려하고 정교하지만, 읽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머리에도 가슴에도, 작은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다. 매끈하지만 허망하다. 어쩌면 내가 쓰는 글들이 바로 이런 ‘인공강우’일지도 모른다. 잠시 스모그를 누르지만, 근본적인 맑음은 가져오지 못하고, 감정을 건드리는 대신 피로만 남긴다.


문장을 잘 쓰기 위해 노력했다. 노력과 시간을 쏟아 매끄러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롤랑 바르트가 말한 스투디움의 영역에 속한다. 배워서 이해할 수 있고, 노력하면 개선 가능하다. 세련된 글이 쏟아지는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풍크툼이 되는 글, 바늘처럼 찌르고 전율을 남기는 글을 갈망한다. 기술로 비를 불러올 수는 있어도, 진정한 맑음과 시원함은 보장되지 않는다. 글도 마찬가지다.


학교 정문에 우산을 맡기고 돌아서자, 비가 그쳤다. 무용해 보이는 한 달음이었지만, 아이들을 걱정하며 달려온 그 순간은 진짜였다. 기온은 여전히 37도를 가리켰지만, 내 안에서 청량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진짜는, 늘 이렇게 쓸모없어 보이는 순간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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