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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의 1을 해냈다면, 끝까지 갈 수 있어!

100일 챌린지_Day 25

by 윤소희

‘100일 챌린지’의 25일째를 지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아직도 남은 날이 훨씬 많다. 하지만 묘하게도 지금이 전환점 같다. 마라톤에서 첫 10킬로미터를 통과했을 때, 끝까지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불붙는 것처럼.


1.png 마라톤에서 첫 10킬로미터를 통과했을 때, 끝까지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불붙는 것


이 여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 권의 책이었다. 제목 그대로 『#100일챌린지』. 저자는 문과생이었지만, 단 100일 동안 매일 코딩을 하자 결국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었다. 100일이면 인문학도에게도 코딩의 세계가 열린다. 그럼 나도 글쓰기 슬럼프를 100일 만에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된 길이었다.


책 속에서 저자가 100일 챌린지의 25일쯤 되었을 때, 교수가 말했다.

4분의 1을 해냈다면, 그 사람은 끝까지 갈 수 있어.

근거가 통계인지, 경험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말은 예언 같았고, 축복처럼 들렸다. 마침 25일째를 지나고 있는 지금, 그 말이 마음에 계속 맴돈다.


2.png “4분의 1을 해냈다면, 그 사람은 끝까지 갈 수 있어.”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데 대체로 21일쯤 걸린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런던대 연구에 따르면 평균 66일이 분기점이라 한다. 숫자는 조금씩 다르지만, 결론은 같다. 일정한 시간을 넘어가면, 뇌는 낯선 행동을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받아들인다.


며칠 전 지인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클라이밍을 해보기로 한 첫날, 선배가 말했다고 한다.

처음 3주를 연속으로 온 사람은 끝까지 가요.

처음엔 농담 같았지만, 그 말에 오기가 생겨 빠지지 않고 3주를 채웠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이제 클라이밍은 그의 삶의 큰 기쁨이 되었다.


새로운 습관은 언제나 저항과 맞붙는다. 근육은 비명을 지르고, 마음은 귀찮음을 호소한다. 하지만 3주, 혹은 25일의 문턱을 넘으면 세계는 달라진다. 더 이상 억지로 끌어내야 하는 노동이 아니다. 하루를 여는 차 한 잔처럼, 당연한 리듬이 된다.


나 역시 처음 며칠은 글 한 편을 짜내는 데 영혼이 탈진하는 듯했다. 이제는 문장을 쓰는 일이 아침에 일어나 차 한잔 마시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졌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그럼에도 ‘4분의 1을 해냈다’는 사실이 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다.


교수의 말, 지인의 경험, 뇌과학의 연구가 같은 이야기를 속삭인다.

너는 이미 끝까지 갈 수 있는 길 위에 서 있다.


100일의 끝에서 나는 어떤 모습일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그저 나는 오늘,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26일째의 문턱을 향해.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와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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