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도 능력 - 초록 불빛을 향하여

100일 챌린지_Day 60

by 윤소희
“You helped me discover my ability to want.”
(당신 덕분에 나는 욕망할 수 있는 능력을 발견했어요)


영화 'Her'에서 AI 서맨사가 건넨 말이다. 단순한 욕망을 넘어, 욕망할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하는 순간. 그 대사를 듣는 순간, 내 안의 세계도 확장되었다. 욕망은 삶에 생기와 빛을 더하는, 가장 창조적인 능력일지 모른다. 우리는 욕망할 때 비로소 경이를 경험한다.


의외로 욕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빛을 발한다. 『위대한 개츠비』 속 올드 머니들은 원하는 것을 이미 가진 듯 보였지만, 그들의 삶은 생기 없는 풍선처럼 텅 비어 있었다. 머틀은 데이지가 되고자 했지만 끝내 추락했고, 개츠비는 자기 자신이 되고자 몸부림쳤다. 개츠비 역시 실패하고 추락했지만, 닉은 개츠비를 두고 “톰이나 데이지를 합친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사람”이라 평가했다. 왜일까.


개츠비의 욕망은 언제나 저 부두 끝의 초록 불빛을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데이지였을 수도, 이상이었을 수도, 결국엔 닿을 수 없는 환영이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개츠비는 초록 불빛에서 경이를 보았고, 그리로 뻗은 손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불빛을 향해 다가가는 순간순간이 곧 그의 삶이었다.


나도 늘 멀리 있는 불빛을 좇아왔다. 심리학에서 방송으로, 경영에서 문학으로. 늘 서툴렀고, 재능 없음을 확인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소설을 쓰기 위해 밤낮으로 소설 속 인물들과 그 세계에서 살던 시간은 분명 행복이었다. 오히려 첫 소설이 세상에 나오자, 이상한 공허가 찾아왔다. 오랫동안 반짝이며 내게 손짓하던 불빛이 희미해진 듯했다. 욕망이 주춤하자, 경이도 사라졌다.


우리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놀라움을 갈망한다. 비밀에 설레고, 알 수 없는 것에 이끌린다. 지루하면 죽는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인간을 살게 하는 것은 성취나 명예가 아니라, 여전히 우리 앞에서 반짝이는 어떤 불빛이다.


“인생은, 사랑은 시든 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김용택 '첫사랑' 일부


나의 초록색 불빛은 무엇인가. 여전히 반짝이는가. 나는 불빛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가. 삶이 무미건조하게 흘러간다면, 데이지의 일상처럼 색을 잃고 부유하고 있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성취가 아니라 '경이'다. 초록 불빛을 향해 손을 뻗고 나아갈 때, 우리는 끊임없이 뒤로 밀어내는 조류에 밀려 떠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




*대충 매일 쓰다 보니, 브런치북이 또 한 권 완성됐습니다.

'대충하지만, 매일 씁니다' 3권에서 계속됩니다. 함께 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Weixin Image_2025-09-27_163200_519.jpg 윤소희 작가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와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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