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챌린지_Day 59
내 팔을 들어 올리는 작은 근육 하나가, 내 글쓰기의 감각까지 쥐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견갑골에 조용히 붙어 팔을 띄우는 극상근. 병원에 다니기 전까지는 그 존재조차 상상할 수 없었다. 나는 극상근을 다시 깨우기 위해, 매일 팔을 조금씩 들어 올린다. 마치 돌 지난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 천천히, 더듬거리며.
"극상근이 움직이는 게 느껴지시나요?"
진료실에서 질문을 들었을 때, 답을 할 수 없었다. 존재조차 몰랐던 근육의 움직임을 어떻게 감각하겠는가. 하지만 의식하지 못했을 뿐, 내 뇌는 극상근뿐 아니라 800개의 근육의 움직임을 알고 있다는 걸 이제 안다. 다만 오래된 긴장과 습관화된 수축 때문에 그 기억을 잠시 잊었을 뿐. 이를 '감각운동기억상실증'이라 부른다. 내게는 잊힌 몸의 기억, 망각된 글쓰기의 감각이다.
이미 수십 편의 단편과 몇 편의 장편을 썼지만, 최근 소설을 시작하려면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평생 그토록 쉽게 들어올렸던 팔을 갑자기 들어올릴 수 없게 된 것처럼. 극상근의 감각을 잊듯, 소설 쓰기의 감각을 잊은 것이다. 내 안의 글쓰기 근육은 살아 있지만, 어떻게 쓰는지 망각한 채 쓰지 못하고 서성인다. Use it or Lose it. 쓰지 않으면 잃는다. 근육뿐 아니라 글쓰기의 감각과 리듬 역시 그러하다.
팔을 들어 올리는 단순한 동작조차 여러 근육의 협업 없이는 불가능하다. 15도까지는 극상근, 90도까지는 삼각근, 90도를 넘으면 견갑골이 회전한다. 승모근과 능형근이 조화를 이루어야 팔을 머리 옆으로 붙일 수 있다.
글쓰기 역시 하나의 거대한 동작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단위들의 연속이다. 관찰하고, 메모하고, 문장을 쓰고, 다듬고, 다시 이어 붙이고, 버리고, 또 새로 쓰는. 각 조각을 차례로 깨워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오래 묵혀둔 통증은 치료도 오래 걸린다. 안 써진다고 글을 멀리하면, 감각을 다시 깨우는 데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며칠의 팔들기 연습으로 극상근이 깨어났다. 팔을 살짝 띄우듯, 소설 아이디어를 낙서하듯 메모한다. 내일은 조금 더 높이. 팔과 글쓰기 근육이 모두 깨어나길 바라며, 느린 회복의 시간 속에서 아주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와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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