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챌린지_Day 56
닉 캐러웨이.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펼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이름이었다. 오래전 처음 읽은 후, 나는 그의 이름을 까맣게 잊었다. 내 기억 속에 남아있던 건 개츠비와 데이지, 화려한 파티, 초록색 불빛, 그리고 몰락. 그러나 정작 이야기를 기록하고, 개츠비의 위대함을 드러내 준 이는 닉이었다. 나는 그 사실에 오랜 시간 눈길조차 주지 못했다.
최근 이수정 작가와 인연이 닿아 클래식 강독을 이어가고 있다. 첫 시간에 그가 말했다.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변화하는 인물이다.”
『노인과 바다』의 진정한 주인공이 노인이 아니라 소년 마놀린이라는 설명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그 관점으로『위대한 개츠비』를 비춰보니, 주인공은 개츠비가 아니라 닉이었다.
닉은 처음에 개츠비를 “내가 노골적으로 경멸하는 모든 걸 대표하는 자”라 평한다. 그러나 끝내 그의 삶을 기록한다. 몰락한 개츠비에게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허락한 것은 닉의 눈이었다. 개츠비가 쫓은 것은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현실 너머를 향한 빛. 닉은 그 빛을 놓치지 않았고, 애도하며 기록했다. 위대한 건 개츠비만이 아니라, 개츠비의 위대함을 알아본 닉의 시선.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흔히 닉의 이름을 잊는다. 마놀린의 이름이 쉽게 희미해지듯. 화려한 조명을 받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주인공은 종종 잊힌 이름 속에 숨어 있다. 톰과 데이지처럼 공허하게 떠도는 이들과 달리, 닉은 개츠비에게서 '경이'를 찾아내고 그걸 붙든 사람이다.
강독과 북토크를 이어가며, 나는 닉과 마놀린의 자리에 나를 놓아 본다. 온라인이라는 거리 속에서도, 함께 읽고 대화하는 동안 내 안에 새로운 눈이 열리고 있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고, 잊힌 인물들이 다시 다가온다. 10여 년 전, 닉의 이름조차 떠올리지 못했던 나와 달리, 이제 나는 닉의 가치를 알아본다.
읽고 쓰기의 세계에서 나는 이름 없는 작고 사소한 인물이다. 그러나 변화하는 자가 곧 주인공이라면, 나는 닉이며 마놀린이다.
닉이 개츠비의 삶을 기록해 그를 ‘위대한’ 존재로 남겼듯, 나도 글 속에서 작은 경이를 발견하고 기록하고 싶다. 쉽게 잊히는 존재일지라도, 그 순간의 빛을 알아보고 붙드는 자. 나의 재능 없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끊임없이 경이를 향해 팔을 뻗는다. 초록색 불빛을 향해 나아갔던 개츠비처럼. 그리고 그 빛을 알아보고 그를 위대하다 불러준 닉처럼.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와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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