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 추이 - 『머슬(On Muscle)』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들 말하지만, 나이듦에 따라 몸의 사용감은 분명히 달라진다. 예전과 똑같이, 때로는 더 부지런히 움직여도 배 주위로 살은 쉽게 들러붙는다. 내 몸이 더 이상 내 편에 서지 않고, 시간의 편을 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즈음, 공부는 안 해도 헬스장은 빠지지 않는 아들들에게 물었다.
“복근 만들려면 무슨 운동해?”
“복근 운동은 안 해.”
“그런데 너희 다 복근 있잖아.”
“복근은 누구나 있어. 가려져서 안 보이는 거지. 지방 걷어내면 나와.”
복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상하게도 복근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았다. 재능, 용기, 어떤 종류의 사랑, 어떤 종류의 힘. 그동안 내가 남의 것만 부러워하며 “왜 내겐 없을까” 되뇌어 온 것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실은 복근처럼, 다들 이미 가지고 있는데, 군살이나 두려움, 자기 비하가 겹겹이 덮여 있어 보이지 않았던 건 아닐까. 없는 것을 욕망하기 전에, 먼저 있는 것을 꺼내는 법을 배워야 했던 건 아니었을까.
이틀 뒤, 보니 추이의 『머슬(On Muscle)』을 읽다가, 아이들 말이 책 속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는 걸 보았다.
“우리는 식스팩이 있는 사람을 보면 무조건 튼튼하고 건강할 거라고 생각하죠.
...
하지만 그냥… 군살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어요.”
보니 추이 『머슬(On Muscle)』
『머슬』은 근육을 찬양하는 책이 아니다. 운동법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이 책은 근육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자주 겉모습을 본질로 오해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결과를 능력으로 착각하는지 조용히 되묻는다. 저자는 근육을 해부학적 조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그녀에게 근육은 기억이고, 의지이며, 회복이고, 관계다. 우리가 걷고, 안고, 견디고, 버티고, 다시 일어나는 모든 순간에 말없이 동행해 온 존재의 구조다.
책은 힘, 형태, 행동, 유연성, 지구력이라는 다섯 개의 축을 따라가며, 근육을 문화, 과학, 스포츠, 장애, 노화, 돌봄, 슬픔의 언어로 번역한다. “얼마나 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살아내느냐” 쪽으로 질문을 옮겨 놓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헬스장보다 인생이 더 자주 떠오른다. 겉으로 강해 보이는 사람과 실제로 견디는 사람, 근력이 좋아 보이는 삶과 지구력이 필요한 삶, 탄탄해 보이는 인간과 매일 회복하고 있는 인간.
새해를 맞아 3주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살을 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덕지덕지 붙은 삶의 찌꺼기를 벗겨내는 시간에 가깝다. 체념, 오래 묵은 자기 저주, “내가 원래 그렇지”라는 말들. (실제로 작년 한 해,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진 말은 “바보”였다.)
다이어트 17일 차, 체지방이 2킬로쯤 빠졌다. 거짓말처럼, 한동안 사라졌던 허리선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성 들여 근육을 키우고, 보이지 않게 숨어 있던 근육을 끄집어내는 일은 내 안에 이미 존재하는 힘을 발견하는 일이다. 이 책이 몸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존엄에 대해 말하듯, 내 몸을 돌보는 일은 내 삶의 존엄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와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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