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희 Jul 03. 2020

인간인 나는 참 무디고 또 독하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보이차를 마시며


베이징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을 찾아 완주에 갔다. 오랜만에 그녀가 우려 주는 좋은 보이차를 마시며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넓은 캠핑장 수영장을 마치 개인 수영장인 듯 여기며 신나게 놀았고.  


'갓 내린 티(God's tea)'에서 그녀가 우려준 20년 넘은 보이차
완주 에덴힐 캠핑장 (펜션)
몇 년 전 처음 서울에서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항상 긴 장화를 신고 다녔어요. 뱀이 너무 많아서. 뱀들이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나뭇가지에 몸을 걸고 있거나, 아스팔트 위에 길게 누워 있곤 해요. 그러다 로드킬 당하는 뱀들도 많았고요. 그런데 이제는 장화를 신을 필요가 없어요. 뱀들이 거의 사라져서. 


뱀뿐 아니라 그곳의 희귀 나비들이 최근에 사라진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물론 이기적인 집단의 무분별한 개발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란 수건을 목에 메고 걷기로 했다는 계획을 들었다.  

‘완자킴(완주자연지킴이)’ 발대식 7월 25일


그러고 보면 나비들이 참 예민해요. 환경이 조금만 나빠져도 금세 사라져 버리고. 
인간이 독한 거지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쉽게도 만나지 못한 완주의 희귀종 나비를 떠올렸다.  

헤르만 헤세의 <나비>까지. 


https://brunch.co.kr/@yoonsohee0316/235


베이징으로 처음 이사를 갔을 때, 미세먼지 때문에 거의 매일 두통을 앓았다. 햇빛 부족으로 우울증도 심하게 앓았고. 몇 년이 지나자 웬만한 미세먼지에는 마스크도 끼지 않게 되었다. ‘독한' 인간인 나는 금세 적응해 사는 것이다. 속이 썩어가는 줄도 모르고. 


인간인 나는 참 무디고 또 독하다. 

이전 06화 사랑, 안개비처럼 보이지 않지만 어느새 푹 젖어드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