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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ul 16. 2020

"이 공간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가?"

담양 담빛예술창고

벽돌 건물 벽에 커다랗게 적힌 '南松創庫(남송창고)’라는 글자가 먼저 눈에 띄었다. 남송창고는 한때 쌀을 보관하던 양곡창고로 오랫동안 방치되다, 5년 전 문화예술 공간인 담빛예술창고로 다시 태어났다. 버려진 공장이나, 창고를 개조해 활용하는 로프트(loft)식 예술공간은 이미 낯설지 않다. 중국에서 즐겨 찾던 베이징의 798(따산즈大山子)이나 상하이의 M50이 각각 군수물자 공장과 방직공장을 활용한 곳이다. 담양 여행 중에도 폐 양조장을 개조한 해동문화예술촌을 다녀왔다. 


담양 담빛예술창고 (구 남송창고)


마침 며칠 전 시작한 전시가 있기에 갤러리 안으로 들어갔다. 언젠가 천장의 높이가 30센티 높아질 때마다 창의력이 2배씩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높은 천장과 탁 트인 공간을 보니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넓은 공간에 작품들이 충분한 거리를 두고 전시되어 있어, 작품 사이를 걸어가는 사이 나도 모르게 좀 더 깊은 생각에 빠져들곤 했다. 작품 사이를 산책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너른 공간을 즐기며 걸었다. 어쩐지 군데군데 허술하게 낭비되는 듯 보이는 공간들이 오히려 보는 사람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 같다. 


담양 담빛예술창고 'ART-HYBRID' 전시


천천히 전시를 둘러본 후 갤러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역시 높은 천장과 넓게 탁 트인 공간이 눈을 사로잡았다. 문예 카페로 천장까지 빼곡히 꽂혀 있는 책을 맘껏 읽어도 되고, 벽에 전시된 사진이나 그림을 감상해도 좋고, 국내 유일하게 한 대 있는 대나무 파이프오르간 연주도 시간만 맞으면 들을 수 있다. 


담양 담빛예술창고 문예카페


비가 하루 종일 내려 숲 사이를 맘껏 거닐지 못해 아쉬웠는데, 담빛예술창고가 내게 숲길이 되어 주었다. 아름다움과 생각의 숲 사이에 잠잠히 머물다 문득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질문이 떠올랐다. 


이 공간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가? 


어디를 떠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디에 머물고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나그네의 삶을 살아가며, 공간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쌌다. 다시 길을 떠나기 위해. 낯선 그곳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아줄까. 그 공간은 내게 어떤 모습의 행복을 허락할까. 끊임없이 풍경이 바뀌는 나그네 여행길이 다시금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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