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집중 격리 후유증
이번 주 들어 벌써 병원에 세 번 (글을 마칠 때는 네 번이 됨)이나 다녀왔다. 한 번은 출국 직전에 한 건강검진 결과 요구한 조직검사를 받기 위해서였고, 나머지 두 번은 큰 아이가 아파서다.
국경절 일주일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부터 아이는 목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아프다고 엄살을 잘 부리는 막내 아이와 달리 큰 아이는 아픈 티를 잘 안 내는 아이였다.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어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열이 40도까지 올라 깜짝 놀란 적도 여러 번. 그런 아이가 불편감을 계속 호소하며 병원에 가고 싶다고 하니 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할 수 없었다.
첫날은 이비인후과에 가서 ‘편도결석’ 진단을 받았다. 다음날 아이는 37도 정도의 미열이 나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호흡할 때마다 가슴에 통증이 있어 숨 쉬기가 힘들다고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다시 오라는 의사의 말이 생각나 예약을 하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37도 이상의 열이 있고 기침이 있는 환자는 일반 외래 진료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 시스템이 달라진 것이다. 열의 정의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38도 이상 고열이 나야 열이 있다는 표현을 썼는데, 요즘은 37도만 넘어가면 열이 나는 걸로 간주하고 여러 불이익을 받는다. 코로나 환자가 아님에도 외래진료를 볼 수 없고, 학교에도 갈 수 없다.
이비인후과 대신 '발열 클리닉'으로 갔다. 방호복으로 무장한 의사가 나타나 진료를 한다. 다행히 일반 감기 진단을 받고 약을 받아 왔다. 하루 전에 처방받은 이비인후과 약은 더 이상 먹이지 말라는 말과 함께. 분명히 학교에서 옮았을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아이에게 물어보니 학교에 기침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모든 학부모들이 매일 두 번씩 아이의 체온을 체크하고 보고하는 시스템이 있고, 기침이나 미열 등 증상이 있으면 학교에 갈 수 없게 되어 있다. 하지만 얼마든지 거짓으로 보고할 수 있고, 그렇게 한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그저 감기일 뿐인데, 아이는 평소에 감기 걸렸을 때보다 훨씬 아파하고 더 많이 앓는다. 고열만 아니면 감기에 걸려도 신나게 뛰어놀던 아이였는데, 잘 먹지도 못하고 전혀 맥을 못 춘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해줘도 한 입도 넘기지 못한다. 주변을 보니, 2주간 집중 격리를 마치고 돌아온 다른 아이들에게서도 이런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임파선이 부어 병원에 다녀온 아이도 있고, 격리 해제 후 2주 내내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도 있다. 2주간의 격리가 심한 스트레스를 주고 면역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린 것이다. 아이들은 그 영향력 아래 더욱 취약하다.
거주지가 있어 얼마든지 자가격리가 가능한 사람들마저 강제로 낯선 곳에 집중 격리시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과잉 방역'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확진자가 거의 늘지 않는 중국에서.
15년을 중국에 살며 때로는 고국인 한국보다 중국에 더 애착을 느끼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최근 중국에 정이 많이 떨어졌다. 2주간의 집중 격리가 몸과 마음에 남긴 상처가 꽤 깊다.
(여기까지 쓰고 마치려는데) 막내 아이가 잔뜩 붓고 충혈된 눈으로 다가왔다. 안과 예약은 모레까지 꽉 찬 상태로 할 수 없이 응급실로. 한쪽 눈은 눈다래끼와 콩다래끼, 다른 쪽 눈은 결막염.
이제 격리 해제 후 일주일이 지났는데, 정말 매일 병원으로 출근 중이다.
*베이징 허무지아 병원(和睦家医院: Beijihng United Family Hospital)은 예전 가정의학과가 있던 건물을 '발열 클리닉'으로 운영하고 있다. 발열 클리닉은 37도 이상 열만 있으면 예약 없이 아무 때가 진료가 가능하다. 특별한 검사 없이 의사를 보는 간단한 진료의 경우 2천 위엔 (한화 34만 원 정도) 정도 진료비가 나온다. 응급실 역시 예약 없이 24시간 방문해 진료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