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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Oct 08. 2020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 김민정 시집

"지지난 겨울 경북 울진에서 돌을 주웠다 

닭장 속에서 달걀을 꺼내듯 

너는 조심스럽게 돌을 집어들었다” 


...


“돌 위에 세숫비누를 올려둔 건 너였다 

김을 담은 플라스틱 밀폐용기 뚜껑 위에 

김이 나갈까 돌을 얹어둔 건 나였다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 


(김민정 시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중 부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데 고장 나 아프기까지 하니 더없이 서글퍼지려는데,  

문득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들, 감기에 좋은 생강청을 보내오거나 끼니를 걱정해 죽을 보내 주고, 갑자기 찾아와 빵과 샐러드를 건네는 이들이 있었다. 


‘왜?’ 


조금은 기이하게 느껴졌다. 


누군가 배달해 준 따스한 사랑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쓸모없는 돌이지만, 

그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있고 

이곳저곳에 놓아 보며 그 빛깔이 변하는 것을 보고 아름답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은 

분명 사랑이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 김민정 시집



3년 전에 사두고 읽지 못했던 김민정 시인의 시집을 읽었다. 

약기운 때문인지 하루 종일 잠이 쏟아져 짧은 시만 간간이 읽을 수 있게 된 덕분에. 


오랜만에 ‘쏠모없는’ 채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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