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 김민정 시집

by 윤소희

"지지난 겨울 경북 울진에서 돌을 주웠다

닭장 속에서 달걀을 꺼내듯

너는 조심스럽게 돌을 집어들었다”


...


“돌 위에 세숫비누를 올려둔 건 너였다

김을 담은 플라스틱 밀폐용기 뚜껑 위에

김이 나갈까 돌을 얹어둔 건 나였다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


(김민정 시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중 부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데 고장 나 아프기까지 하니 더없이 서글퍼지려는데,

문득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들, 감기에 좋은 생강청을 보내오거나 끼니를 걱정해 죽을 보내 주고, 갑자기 찾아와 빵과 샐러드를 건네는 이들이 있었다.


‘왜?’


조금은 기이하게 느껴졌다.


김민정2.jpg
김민정3.jpg
누군가 배달해 준 따스한 사랑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쓸모없는 돌이지만,

그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있고

이곳저곳에 놓아 보며 그 빛깔이 변하는 것을 보고 아름답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은

분명 사랑이었다.


김민정.jpg
김민정1.jpg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 김민정 시집



3년 전에 사두고 읽지 못했던 김민정 시인의 시집을 읽었다.

약기운 때문인지 하루 종일 잠이 쏟아져 짧은 시만 간간이 읽을 수 있게 된 덕분에.


오랜만에 ‘쏠모없는’ 채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