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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Oct 09. 2020

물 외의 음료는 일단 '위험한 음식'이다 생각하는 게

<식사에 대한 생각> - 비 윌슨

중국에 들어와 2주간의 집중 격리 후 집에 들어온 지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 아이들과 나 모두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다. 한동안 뜸했던 알레르기가 시작되고, 갑자기 눈 다래끼가 생기거나 편도결석 같은 게 생기더니 결국 셋 다 감기 몸살을 앓고 있다. 아이들이 아프고 내 몸이 아프니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뭘 먹으면 빨리 회복될까’였다.  


평소보다 비타민 C를 더 챙겨 먹고, 감기에 좋다는 도라지, 배, 대추 등을 달여 먹었다. 몸을 따뜻하게 해 면역력을 높이는 생강은 청을 이용해 차로 마셨다. 기침 때문에 학교를 계속 가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개여주*까지 차로 끓여 마시기 시작했다. 


기침과 가래에 좋은 개여주(나한과) 차를 우려 마시고 있다


(*개여주 - 구이린(桂林)이 주산지인 과일로 ‘나한과(罗汉果)’라고도 함. 달걀보다 조금 크고 동그란 과실로 갈색을 띤다. 주로 건조한 열매를 잘라서 차처럼 우려 섭취. 가래를 없애주고 기침을 멎게 해 줘 목감기에 특효약.) 


돌아보면 격리 2주간 먹는 게 부실했다. 평소라면 1년에 몇 개 먹지도 않을 컵라면을 매일 한 개 이상 먹고, 각종 인스턴트 덮밥 소스를 매일 먹었다. 매일 짜고 기름 범벅인 다 시든 채소를 먹으면서 싱싱한 채소와 야채가 얼마나 그립던지. 


몸이 아프고 나니 먹는 일, 식사의 중요함에 관해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마침 비 윌슨의 <식사에 대한 생각>을 보았다. 그동안 짐작만 하며 찜찜하던 것들이 책을 읽으며 확인되었고, 사실로 확인되자 슬퍼졌다.  


책 전체의 정리보다는 내 짐작을 확인하고 놀란 대목 3가지만 정리해 본다. 


1) 풍성한 식단 때문에 아프고 사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물론 여전히 굶주린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흘러넘쳐서 괴롭다. 예전보다 훨씬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지만 영양 불균형 또는 영양부족에 이르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담배나 술보다 질병과 죽음을 더 많이 유발한다. 2015년 흡연으로 사망한 사람은 약 700만 명, 알코올 관련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은 약 330만 명이었던 반면, 채소와 견과류, 해산물이 적은 식단이나 가공육과 가당 음료가 과다한 식단처럼 ‘식이 요인’ 때문에 사망한 사람은 1200만 명에 달했다.” 


2) 좋은 식단은 절대량이 아니라 비율에 기초한다 


"절대량 측면에서 보면 부유한 국가의 국민들은 대개 육류를 통해 단백질을 충분히 많이 섭취한다. 떨어지고 있는 것은 탄수화물과 지방 대비 단백질의 비율이다. 우리의 식품 체계가 값싼 지방과 정제 탄수화물(설탕 포함)을 봇물처럼 쏟아내면서 미국인이 섭취하는 평균 단백질 비율은 전체 에너지 섭취량의 14~15퍼센트 에서 12.5퍼센트로 떨어졌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칼로리를 필요 이상 섭취하고 있으면서도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게 되었다." 


3) 물 이외의 음료는 일단 ‘위험한 음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신체는 액체에 들어 있는 칼로리를 고형 음식에 들어 있는 칼로리와 똑같이 인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탄산음료와 카페라테, 캐러멜 프라푸치노를 엄청 마셔 충분한 칼로리를 채웠음에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음식을 더 먹게 된다.  


"가당 음료는 2000년 미국 식단에서 가장 많은 칼로리를 제공한 단일 항목이다.” 


특히 가당 음료는 칼로리만 많이 제공하는 게 아니라 여러 질환을 일으키는 위험성이 높으니 삼가거나 줄이는 게 정답이겠다.


<식사에 대한 생각> - 비 윌슨


[저자가 제안한 현명하고 건강한 식사를 위한 13가지 전략] 


     새로운 음식을 오래된 접시에 담아 먹자 - 오래된 접시가 더 작기 때문    

     물이 아닌 것을 ‘물처럼’ 마시지 말자    

     간식보다는 식사에 집중하자    

     입맛을 바꾸자 - 몸에 좋은 음식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새로운 입맛을 개발    

     균형을 바꾸자 - 초가공식품 비율    

     절대량이 아닌 비율에 따라먹자 - 단백질의 절대량보다 탄수화물 대비 단백질 비율 고려    

     단백질과 채소를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자    

     다양하게 먹자    

     음식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자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요리하는 법을 배우자    

     유행에 뒤쳐진 입맛을 갖자 - 유행하는 음식은 식품 사기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알자    

     자신의 감각을 이용하자 - 광고와 소셜미디어의 이미지 폭격 대신 내 미각, 촉각, 후각 등을 실제로 느끼며 먹자    



사실 건강하게 먹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해서 모두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시장에는 단일품종이 깔리고 수많은 정크푸드가 쏟아져 나오는 데다, 천천히 음미하며 식사할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드는 상황에서 저자의 제안을 다 따르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최소한 정확히 알고 조금씩 개선해 나가면 좋지 않을까.  나라면 가당음료 삼가는 것부터 시작할 것 같다.




밑줄 긋기



포도에 관한 이상하고 새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 슈퍼마켓에 주로 깔려 있는 품종은 늘 달다. 쓰지도 시지도 않고, 콩코드 포도처럼 시큼한 향이 나거나 이탈리아의 머스캣처럼 향이 풍부하지도 않다. 그저 달기만 할 뿐이다. … 달콤한 음식에 길들여진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재배되고 숙성되기 때문이다. 달콤한 과일이 꼭 영양소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쓴맛이 제거된 현대 과일은 보통 식물영양소(phyto-nutrients)가 적게 들어 있다.   


씨 없는 청포도에는 이런 식물영양소가 거의 없다. 이런 과일은 열량은 제공해주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건강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구매하는 모든 캐번디시 바나나는 씨가 없게 변형된 것으로, 다른 바나나와 유전자가 정확히 똑같은 복제품이다. 바나나는 단일 재배 작물의 최고봉이다. 세상에는 빨간색 껍질을 가진 바나나를 포함해 100여 개의 바나나 품종이 있지만 가게에서 내놓은 바나나만 보면 그런 사실을 알 수 없다. 가게에는 오직 한 품종의 바나나만 들어오기 때문이다.


급속히 발전한 다른 국가의 국민에 비해 한국인은 전통 식단을 훨씬 잘 유지했다. 196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의 한국 자료를 검토한 연구자들은 한국인이 여전히 지방을 비교적 적게 섭취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1996년 한국은 중국보다 국내총생산이 열네 배나 높았는데도 한국인은 중국인보다 지방을 덜 섭취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평균 식단은 1990년대만큼 건강하지 않다. 2009년 다시 한국의 식단 자료를 살펴본 팝킨은 알코올과 탄산음료 소비가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 2009년 현재 비만과 당뇨병, 심장질환 환자의 비율도 10년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2018년 프랑스에서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10퍼센트 증가할 때마다 전체 암 발병률도 10퍼센트 증가했고, 유방암 발병률도 증가했다.    


 앞서 살펴본 프랑스의 암 연구에서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섭취한 초가공식품은 달콤한 음식 (전체 초가공식품 섭취량의 26%)과 가당 음료였고, 그다음은 역시 설탕이 많이 든 아침 식사용 시리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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