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 시작한 바이올린
아이들과 함께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지 햇수로 7년째다.
지난 1년은 코로나 때문에 멈췄고, 또 반년쯤은 허리 디스크 때문에, 또 반년쯤은 오른손 엄지손가락 관절증 때문에 활을 잡지 못했다. 늦게 시작한 데다 소질도 없는데, 자주 멈추기까지 하니 실력이 늘 리 없다. 7년 차라면서 여전히 비브라토가 매끄럽지 않다.
바이올린은 예민하고 어려운 악기다. 드럼은 밴드에 들어가 연주해도 꽤 칭찬을 듣기도 하는데 반해, 바이올린을 들고 남들 앞에 한테 서지 못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바이올린은 드럼 배울 때 들인 시간의 (대충 계산해도) 20배 이상의 시간을 들였는데... 하필 민감하고 섬세한 악기에 욕심을 낸 덕분에 몸과 마음이 고생을 많이 했다. 7년째 배우고 있으면서 어디 가서 바이올린 할 줄 안다고 말도 못 하는 심정은 겪어본 사람만 알 것이다.
3년 전 손가락 관절증 때문에 바이올린 금지 명령을 받았을 때, 혼자 살금살금 일어나 바이올린을 꺼내 들고 바흐 곡을 연주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다리를 얻은 인어공주의 고통을 공감했다. 손가락 통증을 몹시 느끼면서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금기는 항용 공포와 동시에 지극한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조르주 바타이유 <에로티즘 > 중
요즘 다른 일이 너무 많아져 바이올린을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 중이다.
일단 레슨을 주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손가락 대신 가슴 한 곳이 몹시 저리다.
하고 싶은 일은 왜 늘 가로막히는 걸까? 아니면 가로막히기에 하고 싶은 걸까?
(사진은 3년 전 몰래 바이올린 켰던 날 찍은 거예요. 지금은 바이올린에 붙은 테이프도 뗐고, 훨씬 복잡한 악보를 배우는 걸 보면 멈춰 있기만 한 건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