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 손원평
아파서 꼼짝없이 누워 있던 날, 오랜만에 소설을 손에 들고 단숨에 읽었다.
<아몬드>를 읽고 좋았으니, 망설임 없이 읽었고 솔직히 <아몬드>보다 좋았다.
뭐랄까, 이건 어른의 이야기니까.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
네 명의 주인공이 억지로 끼워 맞춰져 사랑이 이뤄지는 해피 엔딩이 아니라서 좋았다.
이별이 있었다 해서 해피엔딩이 아닌 게 아니라 더 좋았다.
뭐랄까, 이건 진실에 좀 더 가까운 해피엔딩.
아름다워도 상처 받아도, 아파서 후회해도 사랑이란 건 멈춰지지가 않는다. 사랑의 속성이 있다면 시작한다는 것, 끝난다는 것. 불타오르고 희미해져 꺼진다는 것. 그리고 또다시 다른 얼굴로 시작된다는 것. 그 끊임없는 사이클을 살아있는 내내 오간다는 것.
대부분의 사랑은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이 끝나는 건 아니라, 또다시 다른 얼굴로 시작된다. 그 끊임없는 사이클을 살아내며 우리는 어쩌면 ‘영원한’ 사랑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또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소설이 던진 질문을 되뇌어 본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언제였든, 어디서든, 얼마나 길고 또 짧았든… 반짝일 수 있으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