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이 강한 상대를 유혹하는 건 식은 죽 먹기지

야심, 타인이 내게 부러워하는 시선을 보내 주기 바라는

by 윤소희

야심*, 타인이 내게 부러워하는 시선을 보내 주기 바라는


그녀는 좀 어려운 대상이라고? 흠, 뭘 모르는 순진한 소리. 남편이 번듯한 지위가 있고, 자존심과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는 데다가, 야심 또한 강하니 오히려 식은 죽 먹기지. 난 지금 반대의 이유 때문에 고민 중이라고. 혹시 상대가 너무 쉬워 금세 넘어와 버리면 김 세고 재미없을 뿐 아니라, 그녀에 대한 혐오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내가 그녀의 목이라도 조르게 될까 두려워서 말이야. 그래서 지금 망설이는 거라고.


우리의 부유하고, 지적이고 재치 있는 발몽** 자작님이 하신 유명한 말씀도 있지 않은가?


여자들은 40~50대가 되면 얼굴이 처지는 게 눈에 보이고, 여전히 미련은 남아 있는데 그동안의 야심과 쾌락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화가 난답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여자가 정숙한 척하면서 까다로워지죠. 완전히 체념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그녀가 빈틈없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정숙에 대한 높은 기준을 내세워 주변의 젊은 여자들을 비난하고 훈계한다는 건 그녀의 욕망이 꺼졌다는 뜻이 절대 아니네. 오히려 주체 못 할 욕망과 야심이 남아 있어 화를 내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지. 열심히 마사지를 받고 성형외과를 들락날락하며 관리를 해보지만, 자꾸만 빛을 잃어가는 피부색이나 탄력 없이 처지는 피부를 그녀 힘으로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그녀에 비해 미모가 비교도 안 되는 것들이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생기 있는 뺨을 붉게 물들이며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때 건드려질 그녀의 자존심을 한 번 생각해 보게. 그녀의 속을 열어보지 않아도 새까맣게 타 버렸을 걸 알 수 있잖은가.


그때 나처럼 젊고, 지적인 남자가 그녀에게 손을 내미는 거지. 가난 때문에 돈 많은 늙은 여자에게 몸을 팔려는 인상을 풍긴다면 실패할 수 있겠지만, 내게는 그녀만큼은 아니라도 상당한 재산이 있으니 그런 오해를 받을 필요도 없지. 그러니 뭔가 이익을 얻어내려고 달라붙는 게 아니라 정말 그녀에게 반하고 사랑에 빠졌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거지. 아니 간절히 믿고 싶어 지는 걸세. 그게 바로 남들이 자신에게 부러워하는 시선을 보내주기를 바라는 그녀의 욕망이자 야심을 건드리는 핵심일세. 50이 다 된 그녀에게 젊고 매력적인 남자가 구애한다. 젊은 여자들의 부러움에 찬 시선을 받을 때 그녀는 황홀해 까무러치겠지.


그녀의 야심이 그녀의 눈을 흐려 놓아 아주 단순한 동기를 눈치 채지 못하게 되는 거야. 젊고 매력적인 남자가 얻으려는 게 돈만은 아니란 걸 놓치게 되는 거지.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젊은 신사 안에도 역시 야심이 활활 타오른다는 사실을 그녀는 결코 보지 못하게 되는 거지. 오죽하면 스피노자가 야심이란 정서는 거의 정복될 수 없다고 했겠는가***? 인간이 어떤 욕망에 묶여 있는 동안에는 필연적으로 야심에 동시에 묶이기 때문이지.


뭐, 뭐라고? 키케로를 들먹이며 지금 나를 ‘명예를 경멸해야 한다고 쓴 책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는’ 철학자 취급을 하는 건가? 내 안의 불타는 야심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게 있는 건 아니냐고? 세상에 이런 모욕은 도무지 참을 수 없네. 내 명예를 더럽힌 너는 당장 나와서 결투의 칼을 받으라.



*야심 … 타인이 나에게 부러워하는 시선을 보내 주기를 바라는 사회적인 감정

(강신주 <감정 수업>)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 주인공


***

“야심이란 모든 감정을 키우며 강화하는 욕망이다. 그러므로 이 정서는 거의 정복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 어떤 욕망에 묶여 있는 동안에는 필연적으로 야심에 동시에 묶이기 때문이다. 키케로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고상한 사람들도 명예욕에 지배된다. 특히 철학자들까지도 명예를 경멸해야 한다고 쓴 책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는다.”

(스피노자 <에티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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