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못하는' 그녀와 '울지 못하는' 그의 사랑

울음과 웃음

by 윤소희

그녀는 웃지 않는다.


"여덟 살 때던가. 내가 활짝 웃고 있는데, 우리 반 남자 애 하나가 나 보고 웃으면 호박 같다고 웃지 말라고 했어. 그 뒤론 어째 웃으려고만 하면 입 주위 근육이 빳빳하게 경직되네."


웃음을 잃었기 때문일까? 그녀는 늘 끈적끈적한 우울을 달고 다닌다. 감정의 기복도 심하고 표현도 드라마틱한 편이지만, 그래도 어째 웃지만은 않는다. 슬퍼도, 아파도, 고통스러워도 울음을 터뜨린다. 기뻐도, 행복해도 웃음 대신 눈물을 흘리는 그녀.


그는 울지 않는다.


"어느 때부턴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울어야 하는 건지 통 모르게 되어 버렸어. 남을 위해 울기엔 너무 이기적이고, 나를 위해 울기에는 이제 너무 나이가 들어버리지 않았나 싶고."


눈물이 모두 메말라 버렸기 때문일까? 그는 울고 싶을 때도 가슴이 답답해올 뿐 눈물은 단 한 방울도 흘릴 수 없다. 한바탕 실컷 울고 난다면 속이 후련해질 텐데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좀처럼 눈물이 나와주질 않는다. 대신 그는 웃는다. 기쁠 때도 행복할 때도 웃고, 헛헛하고 허탈할 때도, 슬프거나 괴로울 때도, 아플 때도 웃는 그.


오늘도 그녀가 운다.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그녀 옆에 그는 가만히 앉아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와 등을 다독인다. 그녀로부터 전해지는 고통으로 이마에 주름이 잡히기는 했지만, 그의 눈은 건조하고 입술이 살짝 올라가 엷은 미소를 띤다.


그녀: 내가 이렇게 아파할 때, 넌 왜 함께 울어주지 않는 거야?
그: 눈물이 나오질 않아. 우는 법을 잃어버렸어.
그녀: 여자가 남자보다 수명이 더 긴 이유는 아마 자주 울기 때문일 거야.
그: 그럴지도. 속에서 딱딱하게 응어리진 것들이 조금씩 눈물에 실려 밖으로 나와 버리겠지? 울 수만 있다면 말이야.
그녀: 내가 너의 곡비(哭婢)가 되어 줄게. 왜 있잖아, 초상 나면 대신 울어주는 종. 크게 울 수도 없는 사람을 대신해서 말이야.


그: 넌 왜 나와 함께 웃어 주질 않는 거야?
그녀: '웃음을 판다'는 말 알지? 여자에게 웃음은 곧 '몸'인 거야. 난 열여섯 살 이후로, 내 몸이 없어졌어. 누군가에게 짓밟힌 이후로 산산이 부서져버려 가루도 찾을 수가 없어. (그녀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힌다.)
그: 옷은 더러워지라고 입는 거고, 더러워지면 빨면 되듯이 더러워진 몸은 씻으면 그만이야. 날마다 흘린 눈물로 네 영혼은 이렇게 맑고 투명하잖아. 그럼 되는 거야.


웃지 못하는 그녀와 울지 못하는 그의

웃지도 울지도 못할 사랑이 그렇게 무르익어 갈 때

매미들이 일제히 시끄럽게 울어댄다.

생의 마지막에 주어진 짧은 빛의 시간 동안,

사랑을 얻기 위해 사력을 다해 질러대는 매미 소리가

울음소리로도 웃음소리로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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