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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an 16. 2021

혹독한 출간 여정: <여백을 채우는 사랑> 1

"제가 계속 써도 될까요?>

산문집 <여백을 채우는 사랑>이 1월 말에서 2월 초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브런치’는 출간을 바라는 작가들이 많은 공간이니 출간 과정을 남기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적어 보려고요. 


2019년 9월. 산문집을 내보겠다고 그동안 써놓은 에세이 수십 편을 골라 몇 군데 출판사에 보내 놓은 상태였어요. 첫 책을 출간한 지 2년을 막 넘긴 때라 몹시 조바심이 났죠. 다음 책이 바로 나오지 않으면 작가로서는 끝이다, 하는 소리가 머릿속에 계속 울렸어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도가 나왔어요. '제가 계속 글을 써도 되나요?’라는 질문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글쓰기는 산만하고 끈기 없는 제가 가장 오랫동안 붙들고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출간의 길이 도무지 열리지 않으니 답답했어요. 혹시 내 길이 아닌데 고집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고민도 되고. 기도의 자리에서 진지하게 묻기 시작했어요. 제가 계속 써도 되는지를. 그리고 혹시라도 원치 않으신다면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내려놓을 각오도 했어요. 내려놓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그때 제가 정말 이 일을 원하는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날 오후,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원고 투고를 했던 출판사 중 한 곳에서 전화가 온 거였어요. 당연히 뛸 듯이 기뻤죠. 계속 쓰라는 기도 응답이구나 싶어 당장 계약을 했어요. 그런데 출간 조건이 좀 이상했어요. 얼마가 걸리든 제대로 훈련받고 원고를 고칠 의향이 있는지 묻는 거예요. 그때는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 무조건 좋다고 하고 계약을 했어요. 


그날 이후 지옥이 시작되었습니다.  


수십 권의 리딩 리스트 (reading list)가 주어져,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책 읽는 거야 워낙 좋아하니 즐겁게 읽었죠. 편집자가 정리해 놓은 자료를 무한반복 읽어야 하고, 매일 필사를 해야 했어요. 필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무수히 들었지만,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남의 글을 베껴 써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 제가 필사를 매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주에 한 번 정도 전화로 (편집자는 서울에, 저는 베이징에 있었기에) 미팅을 하며 편집자에게서 좋은 글쓰기에 대한 교육을 받고, 원고를 수정하기 시작했어요. 


계약한 후 겨우 에세이 5편의 원고를 고쳐 쓰는데 석 달이 걸렸어요. (거짓말 아니고, 실화입니다.) 빨간 펜으로 원고가 너덜너덜해질 때마다 자존심이 갈가리 찢겼고, 심지어 편집자와 미팅 중에 울기도 했어요.  


2020년 2월, 코로나 19가 심해지자 베이징을 떠나 서울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드디어 그 ‘무시무시한’ 편집자의 얼굴을 보게 됩니다. 


(To be continued) 


https://brunch.co.kr/@yoonsohee0316/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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