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귓속에 뭐가 들어 있다고요?

공짜 좋아하던 남자의 최후

by 윤소희

(이 매거진 내 모든 글은 '손바닥만 한 소설' 즉 콩트입니다. 실화가 아닌 허구입니다.)


남자는 한밤중에 온몸을 뒤척이다 결국 깨고 말았다. 더듬더듬 스마트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하니 11:59. 남자는 두 손으로 양쪽 귀를 감싸 쥐고 위아래로 흔들어 보았다. 자세를 바꿔 눕더니 이번에는 왼손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기 시작했다. 손톱에 딸려 나오는 게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손바닥으로 귀를 탁탁 쳤다. 왼쪽 귀가 가려워서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다. 새끼손가락 따위로 닿을 리 없는 귓속으로 뾰족한 못이라도 집어넣어 쑤셔보고 싶었다. 열이 난다든지 배가 아프던지 하는 게 아니라, 겨우 귀가 가려워 잠을 잘 수 없다니. 남자는 어이가 없었다. 결국 새벽 4시까지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밤새도록 아침이 되면 이비인후과부터 가야지 벼르고 있었건만, 자고 일어나니 간지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비인후과에 전화를 걸어 문의라도 해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남자는 그냥 출근을 하기로 했다. 갑자기 밤새 있던 그 모든 괴로움이 꿈처럼 아득했다.


남자가 후회한 건 바로 그날 밤이었다. 다시 자정 무렵이 되니 왼쪽 귀가 가려워서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떤 자세로 누워 봐도 가려움은 가라앉지 않았다. 아무리 귀가 가려워도 절대 하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한 채, 귓속에 면봉을 넣어 이리저리 쑤셔 보기도 했다. 면봉이 가려움을 해소해 주기는커녕 극심한 통증만 주었다.


다음 날 아침, 가려움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남자는 이번에는 절대 속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병원을 찾았다. 남자의 귓속을 한참 들여다보던 의사는 몹시 신기한 것을 발견한 듯 얼굴이 상기되었다. 남자의 귓속을 샅샅이 뒤져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밤중에만 가렵다고 했나요? 거 참 신기하군. 아무리 야행성이라도...”


남자는 병명을 알지 못한 채 더 큰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더 많은 의사가 달라붙어 수많은 검사가 시행되었다. 불안한 남자의 표정과 달리 의사들의 얼굴은 발그레 상기되었고, 남자 눈에는 그들이 심지어 기뻐하는 듯 보였다. 많은 의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으니, 어떻게든 해결해주겠지 하고 마음을 진정시켜보려 해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밤이 되자 남자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지 못하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귀가 다시 가려워 잠이 깨어 보니, 자신의 몸이 침대에 꽁꽁 묶여 있었다. 왼쪽 귀가 위로 올라가도록 침대는 90도로 기울어져 있고, 남자는 누워 있다기보다 묶여서 침대에 매달려 있는 셈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소리를 치려는 순간, 입에도 재갈이 물려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귀가 가려워서 미칠 지경인데, 손발이 꽁꽁 묶인 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왼쪽 귓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특수 조명이 켜지고 작은 카메라가 남자 귓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남자의 시야에 닿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의사들이 모여 있는 듯했다. 웅성거림과 환호 같은 것이 들렸기 때문이다.


“빛을 사용해 살아 있는 쥐 안에 3D로 인간의 귀를 프린팅* 한 게 작년 일인데, 1년 만에 대단한데!”

“누가 아니래, 인간 귀 안에 쥐들을 프린팅 하다니…”

“그런데 어떻게 자원할 사람을 찾은 거야?”

“세상에 공짜 좋아하는 사람들은 널렸잖아.”


귀가 잔뜩 예민해진 남자의 귀에는 소리를 죽이며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까지 들렸다. 공짜라니,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안마를 받으러 갔다가 공짜로 귀지를 제거해 준다고 하기에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예쁜 여자 마사지사가 내미는 종이에 뭔지 읽어 보지도 않고 사인한 기억도 났다. 남자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하고 싶었지만, 손이 꽁꽁 묶여 있어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과학자들은 빛을 사용하여 살아있는 쥐 안에 귀를 3D 프린팅 하다’라는 2020년 기사 인용.

나머지 내용은 허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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