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점쟁이가 정말 용하긴 용해!

선 단어 5개 넣어 쓰기 미션

by 윤소희

(이 매거진 내 모든 글은 '손바닥만 한 소설' 즉 콩트입니다. 실화가 아닌 허구입니다.)

(사전에서 찾은 낯선 단어 5개를 무조건 넣어 짧을 글을 써보는 미션을 수행해 보았습니다. 단어의 뜻은 아래쪽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이 데려온 여자가 하필이면 그런 애일 건 또 뭐람. 예전부터 잘 알던 용한 점쟁이가 있어 예약 넣고 몇 날 며칠 애태워 기다린 뒤에 겨우 궁합을 볼 수 있었다. 대학 동창 선아네 아들이 맨날 전교 1등인데 두 번이나 서울대에 떨어져 삼수할 때 점을 보러 갔던 곳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점을 보러 들어갔는데, 점쟁이 하는 말이 세 번째도 서울대 떨어질 테니 절대 넣지 말라고. 그 자리에서 거의 상을 뒤엎을 뻔했던 선아가 돌아와서도 어찌나 성질을 내고 펄펄 뛰었는지… 그런데 결국 선아 아들은 삼수 때도 떨어졌다. 선아는 앓아누웠지만, 그 뒤로 그 점쟁이는 용한 점쟁이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고, 특히 대학 동창들 사이에선 그 점쟁이에게 점을 안 본 애가 없을 것이다.


복채를 두둑이 들고 찾아가 아들과 그 여자애의 사주를 들이밀었는데… 오래 거들떠보지도 않고, 여자가 너무 기가 세다며, 결혼하면 아들이 쥐어 살 거라고 하는 게 아닌가. 에이, 재수 없어. 거기다 한술 더 떠 결혼하고 나면 아들 녀석이 마누라에게 꽉 잡혀서 엄마 말을 안 듣게 될 테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게 아닌가.


며칠 몸살이 났다고 드러누워 있다가 아들이 괜찮나 물으러 방에 들어왔기에 눈물을 글썽이며 그간 사정을 얘기했다. 아픈 어미의 눈물을 보면 마음이 흔들릴 줄 알았는데, 글쎄 이 녀석이 나를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게 아닌가.

“엄마는 교회 권사님이 점 같은 걸 믿으세요?”

아니, 거기서 교회 권사가 또 왜 나와. 자식이 장가간다는 데 궁합을 안 보는 부모가 어디 있다고, 안 보는 부모가 있다면 직무유기지.


갖은 회유와 협박으로 아들을 설득해 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결국 할 수 없이 다시 점쟁이를 찾아갔다. 연길이라도 해달라고 조르러 간 것이다. 재수 없는 여자애가 들어오더라도 원화할 수 있는 좋은 날이 분명 1년 365일 중에 있을 게 아닌가. 점쟁이는 나를 흘긋 보더니 복채를 예상보다 두 배 이상 요구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점쟁이가 연길해준 날짜를 소중히 받아 들고 돌아왔다. 돌아와서도 그날 이후 결혼식 날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기도에 나가 간절히 비손했다.


드디어 결혼식. 아들 녀석은 뭣이 그리 좋은지 입이 헤벌쭉 벌어져서는 잠시도 입을 다물 줄 모르고, 피로연 때는 주는 술을 거절 한 번 하지 않고 모두 받아 마시더니 금세 술에 취해 버렸다. 너무 좋아서 그런 건지, 내가 모르는 저만의 사연이 있는 건지… 친구들과의 자리를 따로 갖기 위해 자리를 옮기기 전에 아들 녀석이 내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온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아들이지만, 오늘따라 꼴 보기 싫다. 뭣이 저리 좋은지…


“엄마~~”

아들 녀석이 갑자기 어린애가 된 듯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어리광을 부린다.

“엄마! 쌀랑해~~요! 나 우리 미나랑 엄마한테 진~~짜 진~~짜 잘할게, 응? 엄마 뽀뽀!”

“으이그 녀석이, 쓸데없는 주담하지 말고 어여 친구들한테 가봐!"


아들 녀석을 보낼 때 슬쩍 양복 주머니 안쪽에 그것을 쑤욱 집어넣었다. 그 점쟁이가 정말 용하긴 용한 모양이다. 무뚝뚝한 아들 녀석이 에미한테 귀염도 다 떨고… 빙그레 웃으며 아들이 신부와 팔짱 끼고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늘 새벽 시장에 나가 가장 처음 구한 귀한 하란을 비단 헝겊에 잘 싸서 아들 녀석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점쟁이가 시키는 대로 마지막 미션까지 완수했으니 아들 녀석은 반드시 내게 돌아온다. 반드시!




비손: 신에게 두 손을 비비면서 소원을 비비는 일

비손하다


연길: 혼인 따위의 경사를 위하여 좋은 날을 고르는 일

연길하다


주담: 술김에 지껄이는 객쩍은 말

주담하다


하란: 새우의 알


원화: 화나 재앙을 물리침

원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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