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보고 프레임 밖 이야기 쓰기

운명의 끌림

by 윤소희
운명.JPG Source: <Hi, Shanghai> 타투이스트 인터뷰 중


그녀:


하필 오늘따라 라이터를 놓고 와서 어렵게 라이터를 빌렸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 골목에 사람이 별로 없다. 발을 동동 구르며 십 분 이상은 족히 골목을 돌아다녔을 것이다. 겨우 저쪽 골목에서 걸어오는 비쩍 마른 남자애를 발견했다. 열 대엿 살쯤 되었을까. 요즘 애들은 나이를 짐작하기가 힘들다. 후드티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꺾어 신고 땅바닥만 보며 걷고 있다. 중학생이라면 이런 벌건 대낮에 골목을 어슬렁거리고 있지는 않겠지, 아니 요즘은 중학생들도 다 담배 피우지 않나, 하는 생각에 가까이 다가가 팔을 툭 쳤다. 담배를 들어 보이며 라이터 켜는 시늉을 하자, 잠시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그 아이는 바지 주머니를 뒤적이다 라이터를 건넸다. 'oo 노래방’ 색이 요란한 라이터였다.


빌린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앗, 저건… 그 아이가 후드 티 소매를 걷어올리는가 싶더니, 아이 팔에서 내 팔의 문신과 똑같은 문신이 나오는 게 아닌가. 이건 뭐지? 분명 아무한테나 같은 문신을 새겨줄 리 없는데… 아무 말 없이 그 아이의 팔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아이는 무표정한 얼굴을 들어 내 팔에 시선을 던졌다. 꾸물꾸물 내 팔을 더듬는 그 아이의 시선이 몹시 가렵다.


‘넌 도대체 누구냐?’ 하고 묻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그 말을 입에 담는 게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정지한 듯, 가만히 그 아이를 바라볼 수밖에…


그:


드디어 찾았다. 한 번쯤 만나고 싶었다. 딱히 보고 싶었다거나, 따뜻한 손길 같은 걸 기대했다거나, 눈물을 질질 짜는 장면을 연출할 마음 같은 건 추호도 없다. 그냥 어떤 인간인지, 알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랄까…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그 어떤 대답이 나와도 견디기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일주일 된 나를 버리고 갔던 여자.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남겨둔 신상 정보만으로 찾아가다 자꾸 막다른 골목이 나왔고, 거기서부터 다시 연결고리를 찾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겨우겨우 그 가느다란 끈을 따라 문신 가게까지 왔고, 한 장의 낡은 사진을 건네며 같은 문신을 새겨달라고 요구했다. 그 문신에 무슨 사연이 담긴 것인지, 문신 가게 주인은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조용히 한숨을 한 번 쉬고, 아무 말 없이 내 몸에 문신을 새겨주었다. 심지어 내가 낸 돈마저 돌려주었다.


이 골목 일대를 며칠째 어슬렁거리며 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거머쥔 정보에 의하면 여자는 이 근처에서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멀리서 여자를 발견하자, 바로 그 여자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팔에 새겨진 문신을 보기도 전에 그냥 느낌이 확 왔다고 하면 너무 거짓말 같을까… 그냥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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