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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Sep 03. 2021

'변심'과 '성숙'의 차이, ooo에 대한 반응

‘눈에 콩깍지가 씐다’는 표현이 있다. ‘사랑에 빠졌다’ ‘뿅 갔다’ 등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구름 위를 붕붕 떠다니는 시기. 하지만 그런 시기는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사랑에 빠졌을 때 술이나 마약에 취한 것처럼 행복감을 느끼는 건 도파민 때문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런 작용은 아무리 길어도 3년을 넘지 못한다는 것도. 지나치게 오랜 시간 설레고 흥분한 상태로 지내는 것이 생존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피 끓는 청춘의 시기에 나는 이 사실을 몰랐다. 도파민 분비가 줄어든 줄도 모르고, 사랑이 식었으니 이제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만 만나.” 

“말도 안 돼.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그렇게 울린 남자들이 꽤 된다. (믿거나 말거나) 지금 돌아보면 몹시 미안하지만, 모두 인연이 아니었던 거라 생각한다. 


그러다 남편을 만났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그는 자신의 꿈을 찾아 중국으로 가버렸다. 도파민 분비가 끊어지기 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많이 만나야 한 달에 한 번 정도 볼 수 있었나?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그리움의 시간. 소위 말하는 ‘롱디 커플’로 3년이 흘러 우리는 결혼했다. (‘롱디’가 아니었다면 헤어졌을 수도… 휴우.) 


서로를 애달프게 그리워한 3년의 시간이 있었기에 신혼은 짜릿했고, 짜릿했던 만큼 기간도 짧았다. 도파민 분비가 드디어 멈춘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 몰랐던 서로의 단점 (치약을 중간부터 짜네, 아침을 먹네 마네 같은 사소하지만 치명적인)을 발견하고 한동안 피 터지게 싸웠다. 


예전의 나였다면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만 만나.” 했을 텐데,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부부관계에 관한, 대화에 관한, 사랑에 관한 많은 책을 읽고 조금씩 남편과 나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도파민 주기에 따라 ‘변심’했을 나를 조금씩 ‘성숙’시킨 건 사랑을 지속하려는 의지와 노력이었다. 덕분에 변심하지 않고 같은 남자와 18년째 사랑을 하고 있다.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변화에 무릎 꿇으면 ‘변심!’,  

도파민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시할 수 있으면 ‘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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