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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y 06. 2023

한 가지에 미치면 똑같은 책 두 권을 동시에 사기도

같은 책이 두 권의 다른 모습으로 왔다

<소설 쓰는 기술>(좌)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우) - 이디스 워튼

한 가지에 미치면 똑같은 책 두 권을 동시에 사기도 한다.


작년 여름부터 소설만 쓰고, 소설 쓰기 공부만 하고 있다. 소설 쓰기에 관한 책이 레이다에 걸리기만 하면 사들였다. 최근에 제목이 다른 책 두 권을 샀는데, 내용이 똑같아 확인해 보니 같은 책을 다른 번역자가 번역해 출간한 것이었다. 


<소설 쓰는 기술>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 이디스 워튼


한 권은 <소설 쓰는 기술> 다른 한 권은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모두 <순수의 시대>로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이디스 워튼의 <The Writing of Fiction>을 번역한 책이었다.


초판 1쇄 출간일을 보니 <소설 쓰는 기술>은 2023년 3월 17일,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은 3월 27일로 겨우 열흘 차.

(이렇게 판권을 동시에 다른 곳에 팔기도 하는 모양이군요.)


젤리클은 책 제목을 <소설 쓰는 기술>이라고 해 책의 원제를 그대로 번역해 썼다. 반면 엑스북스는 책 속 일부 문장에서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이라는 제목을 끌어냈다. 책 판매량을 비교해 보면 짐작대로다. 도롱뇽이라니. 나 역시 앗, 내 소설 속에는 도롱뇽이 없는데, 하며 제목에 혹해 바로 장바구니에 담은 건 사실이니까. 



<소설 쓰는 기술>은 좀 더 친절하다. 존대어로 번역해, 마치 작가의 글쓰기 강연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챕터 안에 세부 키워드를 달아 내용을 차근차근 따라가기 좋다.


<소설 쓰는 기술>(좌)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우) - 이디스 워튼


<소설 쓰는 기술>(좌)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우) - 이디스 워튼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뒤표지에 하성란 소설가가 썼듯이, 이 책은 '누구나 소설을 쓸 수 있다'거나 '소설 쓰기가 쉽다'라고 우리를 응원하지 않는다. '오랫동안'이라는 말을 곱씹고 또 곱씹는다. 결코 금방 쓸 수 있다고 호언하지 않는다. 돌을 하나하나 골라 건물을 지어나가듯 천천히, 습관을 들여 삶을 바꾸듯 그렇게 오랫동안.... 


<소설 쓰는 기술>(좌)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우) - 이디스 워튼


같은 책이 두 권의 다른 모습으로 동시에 내게 온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천천히, 오랫동안 한 문장씩 쌓아 나가자고 조급한 마음을 다독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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