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양세형이 시집을 냈다고 해서 사서 읽었다.
시 중에 ‘아빠 번호’라는 시가 있었다.
양세형 아버지는 암으로 투병하시다가 2014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빠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건다는 내용이었는데 마음이 아팠다.
이 마음을 나는 조금은 알 것 같다.
지금 휴대전화 번호 전에 017로 시작하는 나의 휴대 번호가 있었다.
전화번호부에 ‘과거의 나’로 저장되어 있다.
난 전화는 걸지 않고 과거의 나에게 문자를 보낸다.
물론 답장이 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가끔 나는 과거의 나에게 말을 걸고 싶을 때가 있다.
난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쓴 것을 다 가지고 있다. 초
등학교 때 일기장을 모으지 못한 것이 제일 아쉽다.
초등학교 때 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난 내가 쓴 일기를 가끔 읽는다.
어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 읽
으면 그 순간이 하나하나 다 기억난다.
나의 첫사랑, 나의 실패, 나의 우정, 나의 많은 사건들…
마치 과거의 나와 만나는 기분이다.
나의 보물 일호가 나의 일기장이다.
이렇게 매일 일기를 쓰는 것도 아마 미래의 나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내가 무척 궁금할 것 같다.
어떤 일이 있었고 그때마다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말이다.
과거의 내가 있고 미래의 내가 있다.
그리고 현재의 내가 있다.
셋은 사이 좋게 나와 함께 한다.
난 과거의 나와도 만나고 곧 미래의 나와도 조우한다.
난 과거의 나도 좋고 현재의 나도 좋고 미래의 나도 좋을 예정이다.
예쁘지도 않고 고집도 세고 변태에 똘아이지만 이런 내가 너무 사랑스럽다.
주인공이 나인 소설책의 서사를 나는 아직도 쓰고 있다.
마지막 끝이 어떠할지 궁금하지만, 오늘의 하루의 서사도 완성하였다.
이제 내일의 서사를 위해 쉬어야겠다.
좀 이따가 만나자, 미래의 나야!
이제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로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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