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by 윤소영

엄마 안녕? 나야.

갑자기 이렇게 편지를 쓰려니 어색하고,

쓰기 전에는 할 말이 많았는데 막상 편지를 쓰려니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생각이 안 나네.


일단 건강하게 낳아주시고, 지금껏 사랑으로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릴 때는 자주 아파서 고생시키고,

좀 커서는 머리가, 몸이 컸다고 엄마 마음 속상하게 해서 미안해.

나도 그러고 싶진 않았는데 내 뜻대로 잘 안 되더라고...


나도 다른 집 자식들처럼 엄마한테 용돈도 많이 드리고,

호강도 시켜 드리면서 엄마의 자랑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하고 지금껏 엄마 고생만 시킨 부족한 자식이었던 것 같아 미안해.


그런데 내가 엄마한테 더 미안한 건,

앞으로도 엄마한테 그런 자식이 되겠다는 약속을 못하겠다는 거야.

그러니 조금만 더 신세 좀 질게요ㅎㅎㅎ


그렇지만 나 엄마한테 이것만은 약속할 수 있어.

오래오래 엄마의 친구가 되어줄게요.

앞으로 엄마랑 같이 더 자주 마주 앉아 밥을 먹고,

꼬부랑 할머니 된 엄마랑 손잡고 산책도 많이 다니고 싶어.

우리 더 나이 먹기 전에 같이 여행도 많이 다니자.


그러니깐 엄마,

우리 같이 오래오래 많이 행복할 수 있게

건강하게 제 곁에 머물러 주세요.


내가 엄마를 웃게 만든다는 거,

또 내가 엄마를 울게 만든다는 거 알아.

나 때문에 다른 엄마들보다 더 많이 눈물 흘린 우리 엄마...

엄마가 눈물 흘릴 때면 나도 속상해서 도닥여 주고 싶었는데 표현하질 못했어...

엄마 내가 더 잘할 테니깐 많이는 울지 마요. 엄마가 울면 나도 속상해...


계속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만 하고 있는데,

사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야.


다음 생에도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나게 해 줘.

그땐 지금 못한 몫까지 최선을 다해 효도할게.

엄마한테 내 자식으로 태어나 달라는 말은 못 하겠어.

엄마만큼 자식한테 잘해줄 자신이 없어서...


엄마 많이 많이 사랑해요.

아무리 말해도 부족하지만 매일매일 말해줄게요. 사랑해요



2042년 2월 23일

28살 상윤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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