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영 Feb 23. 2022

엄마에게

엄마 안녕? 나야.

갑자기 이렇게 편지를 쓰려니 어색하고,

쓰기 전에는 할 말이 많았는데 막상 편지를 쓰려니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생각이 안 나네.


일단 건강하게 낳아주시고, 지금껏 사랑으로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릴 때는 자주 아파서 고생시키고,

좀 커서는 머리가, 몸이 컸다고 엄마 마음 속상하게 해서 미안해.

나도 그러고 싶진 않았는데 내 뜻대로 안 되더라고...


나도 다른 집 자식들처럼 엄마한테 용돈도 많이 드리고,

호강도 시켜 드리면서 엄마의 자랑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하고 지금껏 엄마 고생만 시킨 부족한 자식이었던 것 같아 미안해.


그런데 내가 엄마한테 더 미안한 건,

앞으로도 엄마한테 그런 자식이 되겠다는 약속을 못하겠다는 거야.

그러니 조금만 더 신세 좀 질게요ㅎㅎㅎ


그렇지만 나 엄마한테 이것만은 약속할 수 있어.

오래오래 엄마의 친구가 되어줄게요.

앞으로 엄마랑 같이 더 자주 마주 앉아 밥을 먹고,

꼬부랑 할머니 된 엄마랑 손잡고 산책도 많이 다니고 싶어.

우리 더 나이 먹기 전에 같이 여행도 많이 다니자.


그러니깐 엄마,

우리 같이 오래오래 많이 행복할 수 있게

건강하게 제 곁에 머물러 주세요.


내가 엄마를 웃게 만든다는 거,

또 내가 엄마를 울게 만든다는 거 알아.

나 때문에 다른 엄마들보다 더 많이 눈물 흘린 우리 엄마...

엄마가 눈물 흘릴 때면 나도 속상해서 도닥여 주고 싶었는데 표현하질 못했어...

엄마 내가 더 잘할 테니깐 많이는 울지 마요. 엄마가 울면 나도 속상해...


계속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만 하고 있는데,

사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야.


다음 생에도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나게 해 줘.

그땐 지금 못한 몫까지 최선을 다해 효도할게.

엄마한테 내 자식으로 태어나 달라는 말은 못 하겠어.

엄마만큼 자식한테 잘해줄 자신이 없어서...


엄마 많이 많이 사랑해요.

아무리 말해도 부족하지만 매일매일 말해줄게요. 사랑해요



2042년 2월 23일

28살 상윤이가

매거진의 이전글 상상해 봅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