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thos Apr 12. 2023

아기 너구리들

그러니까 우리 모두 도둑질은 하지말아요!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컴퓨터에 쓴 '아기 너구리들'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여 집에서는 핸드폰을 못 만지게 할 것입니다. 우리도 집에서 못 만지게 하자 아이는 컴퓨터를 갖고 놀았습니다. 뭔가를 열심히 타이핑하는 모습을 몇 번 봤는데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쓸려고 했나 봅니다. 아이가 커서 동화작가를 했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이 있는데 과한 욕심인 것 같습니다. ^^


이현 작가님이 쓴 『동화쓰는 법』 내용에 동화를 쓰기 위해서는,

- 어린이라는 특정한 독자를 대상으로

- 내용을 독자에게 쉽게 전달하기

-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 매력적인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도발적인 사건이 일어나게 하기

- 플롯대로 사건 배열하고 절정까지 끌고 가 독자에게 교훈과 감동을 주기 등을 강조합니다.


저와 함께 아이의 동화를 한 번 읽어볼까요?






제목은 '아기 너구리들'입니다.

그냥 '너구리'도 아니고 '아기 너구리들'이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어린이라는 특정한 독자를 대상으로 쓸려는 모습이 보이시나요? 이 너구리들이 사는 마을 이름도 '아무도 몰라'입니다. 늘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아이답게 마을 이름도 독특합니다. 마을 이름만 독특한 게 아닙니다.


너구리들의 이름도 아주 특이하다 못해 이상합니다. 발음하기도 어렵습니다.

첫째는 '노굴노굴', 둘째는 '노글노글', 셋째는 '내글내글'입니다. 첫째와 둘째 너구리의 이름은 잘 봐야지만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노'자는 같은데 첫째는 '굴'이고 둘째는 '글'입니다. 보이시나요? 첫째와 둘째 이름은 비슷한데 셋째만 다릅니다. 본격적인 스토리를 보면 다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셋째 너구리만 행복한데 그 이유는 좋은 집에 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좋은 집에 사는 내글내글이 행복한 이유는 첫째와 둘째 형의(동화 마지막에 형이라고 나옴) 돈을 모두 훔쳐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화가 난 노굴노굴과 노글노글의 두 형들은 셋째 집을 찾아가 셋째의 돈과 홈쳐간 돈 모두를 가지고 옵니다. 내용이 간결하여 독자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력적인 세 마리의 너구리들이 등장하고요.


셋째는 돈이 없어 배가 고파 형들 집에 찾아갔는데 형들이 모두 해외여행을 갔다고 합니다. 또한 집에도 못 들어가게 문도 꽁꽁 잠가버렸다고 하고요. 재미있는 표현들이 보이시나요? '꽁꽁', '동동'과 같은.


추운 겨울에 고생하는 베짱이처럼 셋째도 겨울이 되어 엄청 고생하고 있습니다. 겨울 옷 살 돈이 없어 반팔과 반바지만 입고 그러다가 끝내 얼어 죽고 맙니다. 도발적인 사건이죠? 돈을 훔친 셋째가 결국 얼어 죽고 말았다는 사건이요.


마지막에 독자에게 교훈 한 마디를 불쑥 던지면서 이야기를 끝냅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도둑질은 하지 말아요!

사실 어른의 시선에서 글을 분석하면 허점이 많습니다. 특히 형들의 돈을 훔쳐간 셋째 너구리가 나쁘지만 두 형들은 더 나쁜 행동을 합니다. 형들이 훔쳐간 돈만 다시 가져간 게 아니라 막내 너구리의 돈도 모두 빼앗아 가고, 힘들어하는 막내 너구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꼭 잠가버리고 해외여행을 갑니다. 그래서 결국 셋째가 죽고 마니까요. 어찌 보면 아이는 돈을 훔치면 이렇게 개 고생하다고 결국 죽고 만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나 봅니다.




제목 : 아기 너구리들


옛날에 '아무도 몰라'라는 마을에 아기 너구리 세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너구리들의 이름은 아주 짧았어요.

첫째 너구리는 노굴노굴

둘째 너구리는 노글노글

셋째 너구리는 내글내글이에요.


거기에서 내글내글만 아주 행복했어요. 왜냐하면 내글내글만 좋은 집에서 살았기 때문이죠.

그날밤 노굴노굴과 노글노글은 자신의 돈이 다 없어진 것을 알았어요.

노굴노굴과 노글노글은 돈이 없어진 것을 내글내글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내글내글에게 겁을 주려고 내글내글의 집으로 가서 자신들의 돈과 내글내글의 돈을 가지고 왔어요.


내글내글은 자신의 밥을 사먹을 돈도 없어서 형들의 집으로 갔어요.

그런데! 형들은 돈을 가지고 해외여행을 갔어요.

내글내글은 문으로 들어갈려고 했지만, 노굴노굴과 노글노글이 자물쇠로 꽁꽁 잠궈놓아서 들어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러댔어요.


어느덧 시간이 지나 겨울이 되었지만, 형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내글내글은 겨울 옷을 살 돈이 없어서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겨울을 보내다가 얼어 죽었답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도둑질은 하지 말아요!


컴퓨터에 저장된 아이의 글



글의 내용 중 이현 작가님의 『동화쓰는 법』 내용은 브런치 작가 '조선여인'의 글을 참고했습니다.


https://brunch.co.kr/@sudayang70/214


매거진의 이전글 기분 따라 마시는 꽁냥꽁냥 가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