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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우리 학교의 온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by MZ 교장

지난주에 첫눈이 내렸다. 첫눈의 설렘도 잠시 우리 학교의 가파른 진입로가 떠올랐다. 학교 진입로는 눈이 조금만 쌓여도 차량 진입이 어렵다. 혹여 아이들의 등굣길이 위험하지 않을지, 식재료를 실은 급식 차량이 잘 올라갈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평소보다 서둘러 집을 나섰다.


학교 정문에 도착했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하얀 눈 세상 속에서, 학교 정문만 아스팔트 바닥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문에는 이미 여러 명의 선생님들이 땀을 흘리며 눈을 쓸고 있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닐 텐데, 선생님들은 차가운 아침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었다. 덕분에 식재료를 가득 실은 급식 차량과 출근하는 동료들의 차가 안전하게 언덕을 오를 수 있었다.


학생들을 위해 땀 흘리는 선생님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훗날 사회에 나가서도 누군가의 길을 닦아주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그날 우리 학교의 온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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