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다 : 올리브 오일을 찾아서

스페인의 김치, 올리브 오일 박물관 견학기

by 윤해

올리브 오일은 와인과 닮았다. 와인이 서로 다른 아로마를 갖고 있듯이 올리브 오일에도 개성이 담겨있다. 다양한 향을 탐구하는 과정을 즐기다 보니 술뿐만 아니라 올리브 오일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가볍게 빵에도 둘러 먹고, 흰 살 생선회에도 찍어먹고, 발사믹과 함께 샐러드에도 뿌려먹고.


한국의 식탁에 김치가 존재하듯이, 스페인의 식탁에는 올리브 오일이 존재한다. 실제로 국밥집에 깍두기 항아리가 존재하듯 어느 식당이나 테이블마다 올리브 오일 병이 놓여있었다. 스페인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올리브 오일 생산국이다. 이번 기회에 올리브 오일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올리브 오일 박물관에 방문했다.




스페인에 와서 올리브 나무를 굉장히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올리브 오일 박물관은 거대한 올리브 농장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스페인 남부의 포도와 올리브를 키워내는 석회암 토양을 닮은 붉고 단단해 보이는 건물이었다. 실제로도 황소 뿔을 포함해 안달루시아를 상징하는 요소가 담겨있는 건물이라고 한다. 건물 밖, 따뜻한 햇살이 떨어지는 농장에서부터 견학이 시작되었다. 올리브 오일은 올리브의 품종, 토양과 수확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맛이 난다. 마치 와이너리에 와인메이커가 있듯이 올리브 오일 공장에는 테이스팅 패널이 있다. 테이스팅 패널들이 과일향, 쓴맛, 매운맛의 밸런스를 평가한다고 한다.


실내에서도 올리브 오일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곳은 올리브 오일 박물관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올리브 오일을 생산하는 농장이자 공장이기도 했다. 품질과 맛이 좋은 올리브 오일을 만드는 고민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올리브 농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올리브 오일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스페인의 풍경, 문화, 영혼의 일부다. 올리브 오일을 소개하는 말투에서 자부심이 엿보였다.




견학의 끝. 가장 기대했던 시음 시간이 찾아왔다. 테이블에는 샘플 올리브 오일 두 포션과 빵 한 조각씩이 놓여 있었다. 먼저 올리브 오일 시음하는 법을 배웠다. 먼저 올리브 오일이 따뜻해질 수 있도록 손으로 문지른다. 브랜디를 마실 때처럼 향을 증폭시키는 과정이다. 다음으로는 코보다 살짝 낮은 위치에서 올리브 오일 향을 먼저 맡는다. 마지막으로 올리브 오일을 마신다. 역시 산지에서 마시는 올리브 오일은 신선한 풀 내음을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포션을 시음한 뒤에는 자유롭게 테이블 위의 올리브 오일을 맛볼 수 있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빵에 야무지게 올리브 오일을 찍어 먹었다. 넉넉한 올리브 오일이 제공된다니 스페인 그 자체다.


시음을 마치고 올리브 오일을 가득 안고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을 하며 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혹시 너희 나라에서는 올리브 오일이 없는지 물을까 봐 잠시 머쓱했다. 다행히 그런 질문은 받지 않았다. 양손 무겁게 박물관을 떠나며 올리브 오일을 전할 얼굴들을 떠올린다. 모두들 올리브 오일과 친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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