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서도 자꾸 화를 내는 나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더 심각한 것은 내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이 내 인격 때문이 아니라 아이 때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왜 자꾸 잔소리를 하게 만드니?” 창피하지만 내가 아이에게 잘하는 말이다.
화를 내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감정대로 마구 화를 내고서는, 그 잘못을 아이에게 덮어 씌운다.
가스 라이팅은 부모 자식 관계에서 빈번하고도 강력하게 자행된다. 어린아이들은 생애 초기에 이런 관계를 경험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영향을 일평생 동안 받게 된다. 아이들은 아직 힘이 없다. 아이에게 부모는 절대적이다.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폭력성을 부모가 꼭 깨달아야 하는 이유다.
그 정도 말도 못 하면 자식을 어떻게 키우냐고 할 수도 있다. 맞다. 아이가 하는 대로 그저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명확히 알려 주고 그것이 잘 안 될 때 부모로서 끊임없이 가르쳐야만 한다.
그렇다, 딱 거기까지다.
말을 냇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게 만들 수는 없다. 물을 마시는 것은 말이 직접 해야만 한다.
부모로서 자꾸 화가 난다면, 냇가까지 데려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물을 마셨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기억해보자. 왜 혼났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겠지만, 매섭게 혼나던 그 순간들과 감정은 기억이 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화내지 말아야 할 명확한 이유이다.화라는 감정만 남는 것. 그것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