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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 Jan 10. 2023

나의 수족냉증 극복기

파워 수족냉증러가 정상체온을 찾은 방법

 추울 때만 손발이 얼어붙는 다면, 당신은 수족냉증러가 아니다. 자고로 진정한 수족냉증러란 따뜻해도 손발이 차고, 추우면 손발이 떨어질 것처럼 차가운 사람들이다. 손에 두꺼운 장갑을 껴도, 발에 보들보들한 수면양말을 신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 같은 파워 수족냉증러에게는 마치 냉장고에 손발을 넣고 있는 것처럼 차가움이 유지될 뿐이다. 핫팩이나 난로처럼 적극적으로 온기를 주는 난방기구들만이 나의 얼어붙은 손발을 녹일 수 있다. 게다가 풀 파워 수족냉증러는 손발만 찬 것이 아니다. 기초체온도 남들보다 낮다. 사람의 정상체온이라는 36.5도. 나에게는 열이 나고 아파야 겨우 넘길 수 있는 체온이다. 코로나 19가 한창 유행할 때 하루에도 몇 번씩 잰 체온은 35.8도를 겨우 넘겼다. 나는 그때 알았다. 내가 남들보다 체온이 낮다는 것을. 내가 초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마자 전기장판을 꺼내고, 남들보다 훨씬 일찍 두꺼운 패딩을 꺼내 입었던 이유였다. 어디 겨울 뿐이던가. 한 여름에도 에어컨 바람의 한기에 두꺼운 옷을 챙겨 다녀야 했다.


 그랬던 파워 수족냉증러가 5개월 만에 수족냉증을 극복하고 사람의 체온 36.5도를 되찾을 수 있었다. 처음으로 느껴본 36.5도의 체온이란 참으로 신비로운 것이었다. 추운 곳에서는 손발이 차지만,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면 손발이 따뜻해졌다. 겨울이면 교복처럼 입고 다니던 검은색 롱패딩을 입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손발이 이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첫겨울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었다.


 나의 아름다운 겨울을 되찾아준 수족냉증 극복의 비결! 그것은 바로! 근육량의 증가다! 크로스핏을 시작하고 5개월 만에 증가한 3kg의 신상 근육이 열심히 열을 발산해주고 있는 덕분이다. 크로스핏을 하기 전 나의 근육량은 표준범위 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체중을 줄이면 안 그래도 없는 근육량이 더 줄어들곤 했다. 지금은 골격근 약 3kg이 증가해 표준범위 중간쯤에는 도달했다. 정상범위의 근육량이 정상범위의 체온을 되찾아준 것이다.


왼쪽 운동 전, 오른쪽 크로스핏 5개월차 인바디. 근육량은 약 3kg 늘고 체지방량은 약 1kg 줄었다. 식이조절 없이 운동만 했다. 체중은 늘었지만 전보다 날씬해 보인다.


 운동 몇 달 했다고 수족냉증이 사라졌다는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처음에는 나도 믿기지 않았다. 수족냉증은 한약을 먹거나, 찜질을 하거나, 체질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극복할 수 없는 것인 줄만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족냉증의 고통을 호소하는 이는 많지만 이를 극복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를 못했다. 아무래도 나처럼 운동과 담 쌓고 살다가 갑자기 격한 운동에 빠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크로스핏을 시작하면서도 체력이 좋아지겠거니 생각했지 수족냉증이 없어질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동안 체온의 40%가 근육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나의 수족냉증의 원인은 그저 근육부족, 대책은 오직 근육량 증가, 방법은 꾸준한 근력운동이었던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수족냉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어떤 운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요가나 필라테스도 땀이 뻘뻘 날 정도로 힘들고 근력을 증가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근육의 양 자체를 증가시키기에 효율적인 운동은 아니다. 나도 한때 푹 빠져있던 달리기나 스피닝은 살이 쭉쭉 빠지고 허벅지가 탄탄해지기는 하지만 근육량이 몇 킬로씩 쉽게 늘지는 않는다. 근육의 양을 늘리는 데는 중량을 이용하는 웨이트성 운동인 헬스가 가장 효율적이다. 거기에 체력과 심폐지구력을 함께 키우고 싶다면 크로스핏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근력운동이 좋은 건 알지만 온몸이 근육질로 울퉁불퉁해지는 게 싫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한때 나도 내 몸이 어떻게 보이느냐에 신경을 썼지, 얼마나 건강한 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허벅지가 굵어질까 봐 맨몸 스쾃도 주저했고, 승모근이 커질까 봐 마사지하기에만 바빴다. 하지만 우락부락한 몸은 걱정하는 것만큼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기 축구하면서 국가대표 될까 봐 고민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나도 죽을 둥 살 둥 3kg이나 근육을 만들었지만 아무도 나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어 너무나 원통하다. 게다가 처음 몇 달간 초보 버프를 받아 근육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성장이 점점 둔화되는 것이 느껴진다.


 운동으로 키운 근육은 수족냉증뿐만 아니라 저질체력에도 효과적이었다. 또 두꺼운 허벅지 때문에 못 입었던 슬림라인 팬츠도 입기 시작했고 근력이 늘면서 예쁘지만 무거워서 손이 안 갔던 가방을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됐다. 6개월 차에 접어든 크로스핏은 여전히 죽을 만큼 힘들지만 일상에서의 변화가 너무나 극적이기에 오늘도 나는 기꺼이 땀 흘리고 있다. 아직도 나의 수족냉증 극복기가 의심스럽다면 직접 근력운동을 해보자. 수족냉증 극복에는 실패하더라도 건강해질 뿐 손해 볼 것은 없다.

 

파워 수족냉증러들이여! 일어나라! 덤벨을 들어라! 수족냉증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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