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울 때만 손발이 얼어붙는 다면, 당신은 수족냉증러가 아니다. 자고로 진정한 수족냉증러란 따뜻해도 손발이 차고, 추우면 손발이 떨어질 것처럼 차가운 사람들이다. 손에 두꺼운 장갑을 껴도, 발에 보들보들한 수면양말을 신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 같은 파워 수족냉증러에게는 마치 냉장고에 손발을 넣고 있는 것처럼 차가움이 유지될 뿐이다. 핫팩이나 난로처럼 적극적으로 온기를 주는 난방기구들만이 나의 얼어붙은 손발을 녹일 수 있다. 게다가 풀 파워 수족냉증러는 손발만 찬 것이 아니다. 기초체온도 남들보다 낮다. 사람의 정상체온이라는 36.5도. 나에게는 열이 나고 아파야 겨우 넘길 수 있는 체온이다. 코로나 19가 한창 유행할 때 하루에도 몇 번씩 잰 체온은 35.8도를 겨우 넘겼다. 나는 그때 알았다. 내가 남들보다 체온이 낮다는 것을. 내가 초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마자 전기장판을 꺼내고, 남들보다 훨씬 일찍 두꺼운 패딩을 꺼내 입었던 이유였다. 어디 겨울 뿐이던가. 한 여름에도 에어컨 바람의 한기에 두꺼운 옷을 챙겨 다녀야 했다.
그랬던 파워 수족냉증러가 5개월 만에 수족냉증을 극복하고 사람의 체온 36.5도를 되찾을 수 있었다. 처음으로 느껴본 36.5도의 체온이란 참으로 신비로운 것이었다. 추운 곳에서는 손발이 차지만,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면 손발이 따뜻해졌다. 겨울이면 교복처럼 입고 다니던 검은색 롱패딩을 입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손발이 이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첫겨울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었다.
나의 아름다운 겨울을 되찾아준 수족냉증 극복의 비결! 그것은 바로! 근육량의 증가다! 크로스핏을 시작하고 5개월 만에 증가한 3kg의 신상 근육이 열심히 열을 발산해주고 있는 덕분이다. 크로스핏을 하기 전 나의 근육량은 표준범위 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체중을 줄이면 안 그래도 없는 근육량이 더 줄어들곤 했다. 지금은 골격근 약 3kg이 증가해 표준범위 중간쯤에는 도달했다. 정상범위의 근육량이 정상범위의 체온을 되찾아준 것이다.
왼쪽 운동 전, 오른쪽 크로스핏 5개월차 인바디. 근육량은 약 3kg 늘고 체지방량은 약 1kg 줄었다. 식이조절 없이 운동만 했다. 체중은 늘었지만 전보다 날씬해 보인다.
운동 몇 달 했다고 수족냉증이 사라졌다는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처음에는 나도 믿기지 않았다. 수족냉증은 한약을 먹거나, 찜질을 하거나, 체질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극복할 수 없는 것인 줄만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족냉증의 고통을 호소하는 이는 많지만 이를 극복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를 못했다. 아무래도 나처럼 운동과 담 쌓고 살다가 갑자기 격한 운동에 빠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크로스핏을 시작하면서도 체력이 좋아지겠거니 생각했지 수족냉증이 없어질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동안 체온의 40%가 근육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나의 수족냉증의 원인은 그저 근육부족, 대책은 오직 근육량 증가, 방법은 꾸준한 근력운동이었던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수족냉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어떤 운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요가나 필라테스도 땀이 뻘뻘 날 정도로 힘들고 근력을 증가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근육의 양 자체를 증가시키기에 효율적인 운동은 아니다. 나도 한때 푹 빠져있던 달리기나 스피닝은 살이 쭉쭉 빠지고 허벅지가 탄탄해지기는 하지만 근육량이 몇 킬로씩 쉽게 늘지는 않는다. 근육의 양을 늘리는 데는 중량을 이용하는 웨이트성 운동인 헬스가 가장 효율적이다. 거기에 체력과 심폐지구력을 함께 키우고 싶다면 크로스핏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근력운동이 좋은 건 알지만 온몸이 근육질로 울퉁불퉁해지는 게 싫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한때 나도 내 몸이 어떻게 보이느냐에 신경을 썼지, 얼마나 건강한 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허벅지가 굵어질까 봐 맨몸 스쾃도 주저했고, 승모근이 커질까 봐 마사지하기에만 바빴다. 하지만 우락부락한 몸은 걱정하는 것만큼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기 축구하면서 국가대표 될까 봐 고민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나도 죽을 둥 살 둥 3kg이나 근육을 만들었지만 아무도 나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어 너무나 원통하다. 게다가 처음 몇 달간 초보 버프를 받아 근육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성장이 점점 둔화되는 것이 느껴진다.
운동으로 키운 근육은 수족냉증뿐만 아니라 저질체력에도 효과적이었다. 또 두꺼운 허벅지 때문에 못 입었던 슬림라인 팬츠도 입기 시작했고 근력이 늘면서 예쁘지만 무거워서 손이 안 갔던 가방을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됐다. 6개월 차에 접어든 크로스핏은 여전히 죽을 만큼 힘들지만 일상에서의 변화가 너무나 극적이기에 오늘도 나는 기꺼이 땀 흘리고 있다. 아직도 나의 수족냉증 극복기가 의심스럽다면 직접 근력운동을 해보자. 수족냉증 극복에는 실패하더라도 건강해질 뿐 손해 볼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