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Gozleme

by 유녕

4주 만인가? 짧게 근황을 전하자면... 아직 살아있다. (귀 막으세요. 지금부터 어리광이 시작됩니다.) 4주 전 나는 입학을 했고, 4주가 지나가는 이 시점까지 세 번의 고비가 있었다. 첫 주부터 쏟아지는 학업량에 아침 기상 6시 반, 취침 오전 1시. 문제는 주말이 없다는 데에 있다. 매주 200장 분량을 읽어야 했고, 수업 시간엔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case study를 해야 했다. 살인적인 분량을 읽어놔도 뇌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참 재밌다. 지금까지 딱 세 번 못난 얼굴로 세상 시련은 다 내 이야기처럼 울었다. (10초 전까지의 내 얼굴이라면 믿을까?) 이럴 땐 동지애로 으쌰 으쌰 하며 힘을 돋워야 제 맛. 다들 나만큼 지쳐있고, 범람하는 정보에 압도되어 하루하루가 전투이다. 제일 행복한 순간? 서슴없이 대답할 수 있다. 전장을 벋고, 침대로 가는 그 순간. 화요일마다 일대일 대면 시험을 5분씩 보고 있는데, 그 5분을 위해 내 주말의 대부분을 보내는 이 역설적인 일상이 가끔 너무 무거웁다. 돌이켜 보면, 문학을 공부했던 대학 시절 난 참 행복했구나 싶다. 1년 11개월 무사히 졸업하게 된다면 이때를 똑같이 반추하며 웃을 수 있을까?


애초 학기 초에는 2주에 한 번은 글을 등재해야지 했다. 4주 만에 돌아왔으니, 한 달에 한 번이 되려나? 하하. 오늘은 터키로 향한다. 고즐렘이라고 쓰여 있는데, 터키식 납작 만두 같다. 반죽은 피자를 하려고 냉동해 둔 것을 썼고, 소 재료로는 시금치와 양파(가 없었으므로 양파가루로 대체), 딱딱한 치즈류면 된다. 난 체다 치즈 썼지만, 적당히 짭짤한 페타 치즈를 권하고 싶다. 솔로 윗면에 기름을 바르지 않아, 오븐에서 희멀건 친구가 나와서 놀랬다. 맛도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다. 크게 자극적이지 않아, 뭔가 곁들여야 하는 장아찌가 필요하다. 난 비트 피클과 함께 했다. 뭔가 이색적이면서 낯설지 않은 9월 7일 점심이었다.

IMG_4145.JPG 고즐렘

목요일부터 병원 실습이다. 교재와 영상으로 본 간호사의 업무를 배우는 기회다. 덕분에 그 과목에서 읽어야 하는 더 이상의 분량은 없다. 다만 환자의 기록을 보며, 1학년생 자격으로 할 수 있는 간호 개입을 연구해야 한다. 병원에서 이틀 동안 16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아직 안 왔다. 신나서 주문한 새 신이. 다음 달엔 지금보다 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브런치 하러 오기로.


Cover Photo by Fatih Yürü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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