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gemüsestrudel & apfelstrudel

by 유녕

나는 레시피를 사냥하면서 가장 좋은 게, 흔한 식재료로 색다른 음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때이다. 바로, 오늘처럼! 벼르고 별렀던 요리들을 오늘 해냈다. 금일 저녁으로 해결한 채소 스트루들을 그 감동이 가시기 전에 서둘러 소개한다. 독일어로 gemüsestrudel인데 독일에 배낭여행을 갔을 때는 이런 파이를 본 적이 없다. 독일어는 문외한이지만 독일 공영방송을 보다가 우연히 가정식을 발견하는 수확을 거뒀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채소 스트루들이다. 아, 햄볶해요.


IMG_4981.JPG
IMG_4982.JPG

물론, 채소 스트루들은 파이지를 이용해서 만들지만 레시피를 찾다 보니 의외로 필로 혹은 파일로(filo/phyllo)라고 불리는 종잇장처럼 얇은 도우를 사용하는 독일인 유튜버를 보고 참고하기로 했다.(안녕, 그리스ㅋ) 파이지는 아무래도 버터가 들어가니 고소한 맛은 있으나 무거운 감이 없지 않다. 존재는 알고 있었으나 사본적은 없는 파일로를 어제 장을 보면서 챙겨 왔다. 난 7장을 써서 만들었는데 먹어도 살이 안 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식감의 파일로다. 식감은 덤.


파이소로는 솔직히 냉장고를 털면 된다. 난 양파와 leek, 그리고 당근을 선택했다. 조미료로는 그저 소금과 설탕, 사워크림이 다다. 사워크림을 보자마자, 난 이 파이를 좀 맵게 해야 느끼함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중국 마트에서 저번 주에 사 온 매운 고추를 잘게 썰어 넣었다. 덕분에 내 혀와 위는 좀 아팠지만, 매운맛이 역시나 신의 한 수였다. 맛은 팟파이와 비슷하다. 이건 올해 크리스마스 때 먹어도 좋을 만큼 뭔가 정겨운 명절 느낌을 준다. 거기에 심지어 예쁘다.


식후 디저트는, 오븐에서 굽는 시간을 빼고, 준비하는데 10분밖에 걸리지 않은 독일식 사과파이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파일로지는 냉동한 상태에서 팔기 때문에 일단 해동을 하면 다 써야 한다. 총 18장. 가격은 3천 원 꼴인데 너무 많게(?) 느껴진다. 덕분에 애플파이를 두 덩이를 해서 하나는 내일 두 조카가 있는 동서 집으로 보내기로 했다.




아래 사진의 왼쪽은 배우자의 것 오른쪽은 배가 찢어지게 부른 나의 조각이다. 입 심심할 때 먹으려고 커스터드를 낮에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이렇게 같이 곁들이게 될 줄이야. 사과파이는 내가 저번 주에 실패한, 그리하야 재도전할, tarte tartin에 비해선 정말 만들기가 쉽다. 이미 파일로도 있겠다, 내용물만 만들면 된다. 나와 상의 없이 사과를 한 무더기로 사 온 배우자 덕에 사과파이를 당분간 실컷 먹게 되었다. 아... 지금까지 쓴 사과가 14개, 아직도 남은 7개의 사과. 무르기 전에 써야 한다는 이 부담감이 나를 부엌으로 부른다. 그렇다고 똑같은 것은 해 먹기 싫은 이상한 심보를 가지고 있다.


IMG_4984.JPG
IMG_4986.JPG


충전물은 사과 6-7개를 먹기 좋게 잘라서 설탕 130그램, 세몰리나(파스타·푸딩 등의 원료로 쓰이는, 알갱이가 단단한 종류의 밀: 출처 네이버 사전) 50그램, 소금 1 티스푼, 레몬주스 1 테이블스푼을 붓고 섞으면 끝. 세몰리나는 네델란드식 사과파이를 할 때도 넣었는데, 이건 내가 급히 대처한 방법이다. 세 명의 독일인 유튜버를 보니 빵가루를 버터에 볶아서 사용하던데, 하지만 나는 게으른 양sheep이므로... 패쓰. 세몰리나나 빵가루의 역할은 사과에서 나오는 물기를 머금어 충전물을 잘 뭉쳐주는 데 있다. 그냥 그럴 것 같다.


독일에서도 오스트리아에서도 애플스트루들은 쉽게 봤지만, 난 굳이 사과파이를 찾아먹는 사람이 아니므로 과감히 지나쳤다. 앞으로 집에선... 종종 해 먹을 것 같다. 분말 설탕으로 더스팅을 해야 됐는데ㅋㅋㅋ 어쨌든 난 오늘은 꿀잠 자겠다.


Cover Photo by Michael Dziedzic on Unsplash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Po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