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cabbage pie

by 유녕

목적지는 루마니아인데, 아직 일요일 밤이다. 2주 간의 우울한 날씨를 보상하듯, 오늘은 낮 동안 볕이 좋았고, 곧 쏟아질 듯한 별이 반짝이는 이 시각, 불현듯 부다페스트에서 야경을 보려고 오른 나지막한 산이 떠오른다. 시작은 분명, 도시의 야경을 보기 위해 남들도 다 가는 그런 산이었는데...


한국에 살면 누구나 그러하듯, 자연스럽게 산이 일생에 녹아있다. 캐나다 동부 끝자락에 살면서 잊고 살던 산이, 여행중인 타국에서, 누르고 살던 향수(鄕愁)의 봇물이 느닥없이 터져버렸다. 15-20분 정도면 도착하는 정상인데,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몸이 기억하는 김포 산자락 덕에, 오르는 길 내내 눈물을 떨궜다. (숨이 차서 교감신경이 착각한걸까.) '참 보고 싶은데, 오랫동안 참았구나.' 그래서 헝가리는 나에게 좀 많이 특별하다. 후에 기회가 된다면 동남아도 좋겠지만, 가보지 못한 동유럽 국가들을 가보고 싶다. 그때 역시 헝가리를 마지막으로 말이다.


술도 안 마시고 이렇게 감상적이면 참 곤란한데, 다행히 난 정오가 아닌 자정이다. 그럼, 요상한 이 밤의 분위기를 이어, 오늘의 음식을 소개한다. 사실 이 레시피는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다가 드디어 손에 잡혀 오늘의 테마로 정했다. 말이 양배추 파이지, 루마니아의 배추전이다. 요리를 하면서, 전에 했던 러시아식 양배추 파이와 겹치는가 싶기도 했지만 같은 듯 다른, 다른 듯 같은 느낌이 있다. 주재료가 양배추이고 똑같이 달걀이 들어가니 어쩔 수 없다. 맛도 같았으면 자칫 내 프로젝트에 무척 곤란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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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저녁에 단품으로 먹기에는 조금 애매하여, 아점이나 점심에 먹으면 안성맞춤일 듯하다.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맛에 재간을 좀 부리려고, 나는 페타 치즈로 대신했다. 물론, 파이 위에는 체다와 모짜렐라가 범벅이 되어 있지만 그것은 우리만 아는 비밀. 한국 생활만 20년을 한 캐나다인 배우자가 한국인들의 식성을 고려한 한 마디를 해준다: 한국인들 입맛에 딱이다. 나 또한 동의한다. 향신료라고는 후추가 다라 뭔가 부담이 없다. 역으로는 좀 허전하다. 평소에 인도 음식을 자주 해 먹기에 기본 향신료만 15개를 쓰는 게 익숙한데, 이렇게 착한 아이를 요리할 때면, 원조를 변형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항상 규칙은 같다. 최대한 현지의 맛을 구현해 볼 것. 물론, 최대한이 최소한이 되는 날도 뭐, 아주 많다.


앞으로 동유럽 대부분의 나라의 음식을 올리게 될 것 같다. 누구나 레시피 찾으러 6시간 이상 검색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하악) 난 토요일 저녁을 그렇게 불태웠다. 식당을 할 생각은 없지만, 매일 10끼 요리하고 싶은 사람은 이제 잘 시간입니다. 모두 즐점하세요, 한국.


Cover Photo by Alex Blăj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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