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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Apr 16. 2022

Happy Belated Bday

3월 26일 같은 4월 13일

일주일 전에 이사를 한 절친이 집들이를 한다고 해서 마트에서 30심이 들어있는 휴지를 샀습니다. 방과 후 가는 걸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집에서부터 휴지를 들고 등교를 했기에 휴지의 정체를 무척 궁금히 여기는 학우들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집들이에 대해서 답변을 해주면서 느꼈는데, 참 재미있는 풍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인들 위트 못 말립니다. 


지난 수요일이었습니다. 이미 목요일부터 다음 주 화요일까지 부활절 휴일이 예정되어 있어서 가뜩이나 부푼 마음에 집들이를 갈 마음이 더해져 유독 약리학 수업이 세상 길게 느껴졌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근처 마트에 들렀다 가자고 해서 의외였지만 같이 들어가 과자와 몇 가지 안 사도 될 물건을 충동구매했지요. 딩동, 집에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불이 꺼지면서 생일 노래 떼창과 함께 케이크가 저에게? 생일이 2주나 지났는데? 다가오지 않겠어요? 저는 옆에 있는 친구의 생일인 줄 알았는데 급히 자리를 비키는 모습에 무척 당황했습니다. 네, 2주 지난 늦은 깜짝 생일파티였습니다.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필리핀 친구들을 알면 알수록 특유의 낙천적인 태도와 따뜻함에 무척 감동입니다. 벌써 10년이 넘게, 전 생일에 혼자 좋아하는 영화를 몇 편을 보러 간다든지, 서점 구석에 자리잡고 앉아, 새 책 냄새를 맡으면서 책장을 넘기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런 황송한 축하를 받아보니... 낯설지만 그러면서도 순간 한국에 있을 때 한 번이라도 유치하지 못 한 제가 살짝 반성이 되더군요. 일 년에 한 두 번은 작정하고 손발이 오글거려져 보지요뭐, 아직 늦지 않았겠지요? 앞으로 사진에 나와있는 친구들 생일은 다 챙겨야 하는 책임감은 무겁기보다 같이 만나 놀 수 있는 생각에 기쁩니다. 참고로 이 사진의 함정은 두 명이 만 스무살이고 나머진 대부분 학부모라는 사실입니다ㅋㅋㅋㅋ 


로빈슨 크루소였지요? 무인도에서 만난 개의 이름을 Good Friday라고 지은 게? (Man Friday였습니다ㅋㅋㅋ) 오늘은 부활절 전의 Good Friday입니다. 종교가 없는 저에겐 꿈같은 휴일이고요, 다만, 낮에 잠깐 놀러 온 에너지가 폭발하는 4살 조카를 놀아주다 보니 몸이 농담 없이 아픕니다. 다행이에요. 한국에 있는 조카는 다들 초등학교 고학년에 중학생이라 말이지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7년, 커가는 조카들의 모습을 놓치고 사는 게 안타깝네요. 그래서 이렇게 친구의 아들을 보면 감정이입이 더 쉽게 됩니다. 이 조카가, 내 핏줄인 모양으로요. 


어제오늘은 공부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요. 어제부터 우연히 알고리즘에 얻어걸린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편을 새벽 1시까지 봤습니다. 스페인 편을 볼 때는 정말 눈물 나게 웃었습니다. 웃기만 했게요. 속으로는 음악 탓을 하고 있지만 울기도 했습니다. 일본과 동남아, 유럽만 여행해본 친구들이 나중에 캐나다에 와서 비슷한 모습으로 이곳을 경험할 생각을 하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여행한 것이 일본이었는데요, 다음 번은 같이 캐나다 동부에서 서부로 여행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속버스도 타보고, 기차도 번갈아 타면서 말이지요. 상상만으로 모란향입니다. 


가기 전에 마지막 문단은 취지에 맞게 요새 랩에서 배우고 있는 내용을 나누는 것도 좋겠네요. 요도 카테터는 끝났고요, 현재는 드레싱입니다.(소스 아님 주의) 종류도 많아서 머리가 좀 어지럽지만, 기본 드레싱과 상처 관리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저번 주부터 시작한 간호 국시 모의고사도 매일 5-6문제씩 풀고 있고요. 그래도 절반 이상의 정답 확률이면 공부를 날로 하고 있지는 않구나 하면서 쓰담쓰담해줍니다. 막상 풀면 의과적인 문제보다는 환우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아직은 헷갈립니다. 두 학기가 지나면 더 쉬워져 있길 고대합니다. 빨리 졸업시켜주세요. 제발~ 


내일은 토요일, 새로운 레시피로 부엌에서 만나 뵙기로 해요,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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