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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May 01. 2022

실습 5일 차

맴찢

실습 전엔 다 가능할 줄 알았어요. 약리학도 복습하고, 미리 시험공부도 해보고 말이지요. 하ㅏ하하핳. 네, 기상 시간이 일단 한 시간 빨라졌고요, 취침 시간도 덩달아 빨라졌습니다. 집에 오면 3시인데, 이미 몸은 누우면 잠이 들 것 같은 상태로 다음 날 먹을 점심 도시락을 싸기 위해 요리를 하고, 스크럽 세탁을 합니다. 이렇게 오후 8시까지 쏟아지는 잠과의 사투이지요. 인간적으로 공부를 안 하고 잘 순 없어서 잠이 들기 전까지 눈을 부릅뜨고 기를 쓰고 책장을 넘깁니다. 이제 다음 주 월요일과 화요일만 채우면 이어 수요일부터 학교로 돌아갑니다. 


이번 요양병원 실습으로, 현재 90프로는 preceptorship을 종합병원이 아닌, 요양병원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입니다. 사실 병원이나 요양병원이나 하는 일은 비슷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미 병원 실습을 해봤기에 기대가 없었는데요, 아니요, 아니었어요. 요양병원은 Registered Assistance(RA)라고 불리는 클라이언트 담당인 분들이 제가 병원에서 했던 일을 하고 계셨어요: 환우분들을 씻겨드리는 것에서부터, 침상을 정리 정돈하고, 식사를 먹여드리는 일 등등. 물론, 현재 고작 2학기에 있는 저는 이렇다 할 간호기술이 별로 없기에 요양병원에서 RA와 같은 일을 실습 중에 하고 있습니다만, 향후 LPN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대부분의 근무 시간이 클라이언트에게 약을 주고, 관련 매니지먼트 일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무슨 꿀맛 나는 소식입니까? 정확히 육체노동이 90프로 줄어든다고 생각하시면 제가 왜 흥분한 상태인지 아실 거예요. 


간호사로서의 일도 보람되고 재미있을 것입니다,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됩니다. 현재 분야에서는 인문학 학사 학위가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물론, 앞으로도 글을 쓰고, 작품 활동으로 의미를 잃지 않게 해야 하는 의무감은 여전합니다.) 현재로서는 의학 쪽으로 다시 학사부터 석사,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박사까지 해보고 싶은데요... 이 목표면 육체노동이 덜해 퇴근해서도 피곤함이 덜할 요양병원이 학업 동안에 저에게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쩌다 독자분들과 제 앞으로 10년 계획을 공유했네요. 앞으로 어떻게 인생이 전개될지는 일단 졸업 먼저... ㅋㅋ 


유럽 쪽은 대학교 학비가 무료인 곳이 있잖아요? 캐나다는 아직까진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박사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현재 제가 알기로는 박사는 국가에서 무료로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를 정도로 얼마 시작되지 않은 제도이기도 하고요. 이러면 저도 욕심이 나지 않겠습니까?ㅋㅋㅋ 그냥, 새로 배워가는 것들이 재밌습니다. 


그나저나 말입니다. 제가 맡은 클라이언트는 베트남전 후, 캐나다로 오신 이민자이신데요, 하루 종일 제가 전담해드리다 보니 자주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네가 가면, 그립다."라고요. 요양병원의 현실상 RA 세 분이 30분 정도 되는 분들을 맡아 일을 하십니다. 그렇다 보니 한 분, 한 분 관심과 정성을 쏟기가 힘든 게 사실이고요. 이런 와중에 내 말에 귀담아 주고, 나만 신경 써주는 학생이 있다면 아무래도 다르게 느껴지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저런 말을 들을 때는, 겉으로 내색은 안 하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습니다. 벌써 정이 들어서 저 또한 계속 눈에 밟히는데 어르신들은 어떠시겠어요. 


환우와 간호사의 전문적 치유 관계를 위해 금해야 하는 행위 중에 하나가 선물을 받는 것인데요, 일단, 질렀습니다. 동네 아시안 상회에서 베트남 과자를 샀어요. 월요일 강사님께 여쭤보고, 허락하신다면 선물해 드리려고요. 어차피 몇 푼 안 되는 과자라, 안 된다고 하시면 제가 먹으면 그뿐이지요 뭐. 화요일이 무척 무겁게 느껴집니다, 이미. 아, 맴찢. 


몇 시간 남지 않은 토요일, 전 이제 설거지 폭탄을 하러 갑니다. 한 주 잘 버텨보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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